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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131

사랑,야생野生이었네 [묏버들 가려 꺾어/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행여 밤비에 새 잎이라도 돋아나면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 [송별/최경창]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리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 2019. 10. 7.
금강송 금강송 황여정 돋을볕 같은 나무들 붉은 옷이 골짜기 환하다 먼 바람소리 따라오는 그대 향기는 솔잎 갈피마다 잠든 푸르른 금강경 골마다 허리 곧추 세운 기상에 눈과 귀가 열리는 아, 넘볼 수 없는 그곳에 뿌리를 박고 싶다 2019.9.3.15:30 금강송 : 울진등 북부 지역에 자라는 나무 껍질이 .. 2019. 9. 9.
함께 함께 황여정 겨울 화롯불처럼 온기가 도는 말이 있습니다 도랑물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말 함께, 하루를 접는 저녁이오면 하늘도 바다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노을이 내립니다 저문 하루를 두레상에 올리면 두런두런 피는 이야기 꽃 활짝 핀 꽃잎의 속살처럼 내 마음이 .. 2019. 9. 9.
축제, 그래서 축제, 그래서 황여정 너무라는 말로 여름 더위를 탓해본다 너무 더우면 일터를 떠나고 집도 떠나 마음을 풀어놓을 곳을 찾는다 더위에 지친 숲은 푸른 바위처럼 무겁고 강물도 낮잠들어 졸고 있는데 아, 봄날 낙화처럼 흩날리는 고기떼 반두에 휘갈기며 황망하게 쫓고 쫓기는 전장터다 .. 2019. 8. 8.
어쩌라고 어쩌라고 황여정 그땐, 그랬다 개나리 노란 부리도 세상없이 밝고 고왔고 마른 들풀 사이 연둣빛만 봐도 호들갑이었다 온몸의 피돌기가 돌았고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랬다 이 계절의 환희 앞에 침묵하는 것은 무기력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오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라고.. 2019. 3. 26.
생각이 닿다 생각이 닿다 황여정 불로동 고분군에 가면 1000년의 시간만큼 느슨해진 능선 몇 가닥이 바람을 끌고 간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흔들며 숫자 속 사라진 그때를 따라 걸어간다 1000년 전의 죽음 죽음 이전의 삶 이 동네 늙지 않는다는 不老 단편적인 단어만 무성하다 도무지 닿지 .. 2019. 3. 26.
봄을 훔치다 봄을 훔치다 황여정 울타리 너머 달래를 씻고 있는 늙은 아낙을 보았다 물씬 풍기는 봄이라는 단어 앞에 속수무책으로 덤벙거렸다 산에서 캤다는 달래를 물정모르는 나는 오천원어치만 달라고 했다 철철 흐르는 물에 언 손으로 씻고 있던 아낙은 검정비닐 봉투가 넘치도록 넣고는 더 줄 .. 2019. 3. 6.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 황여정 마음이 만들어 낸 기억은 늘 아름답다 투명한 얼음속으로 겨울잠에 든 물고기를 본다든가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든가 입김이 얼어붙는 순간에 서 있다거나 하는 생각의 늪에서 걸어 나오는 일 을 기다리는 것은 호수 속의 작은 섬 알혼으로 가는 길 내내 신부를 맞이.. 2019. 2. 23.
풀의 기억 풀의 기억 황여정 시베리아 눈밭에 꼿꼿하게 말라있는 풀을 본다 지난 여름 푸른 풀이거나 예쁜 꽃이었을 기억을 안고 눈밭에 서 있다 한 생을 살고도 쓰러지지 않고 미이라처럼 생의 발자국을 지킨다 몸이 병들면 마음이 들어가서 살게 될 집을 잃는다 추상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도 몸.. 2019.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