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시131 설원의 자작나무 설원의 자작나무 황여정 눈밭에 빛나는 자작나무 한 폭의 그림처럼 차창을 스친다 곁가지를 두지 않는 직립의 아름다움이 간결하다 바람의 교훈을 깊이 새긴 듯 흔들림을 막아내는 삶의 방식에 나도 눈을 뜬다 순백의 표피로 꿈을 꾸는 나무여 자작나무여 오롯이 안으로 껴안아야 하는 .. 2019. 2. 23. 시베리아 횡단 열차 시베리아 횡단 열차 황여정 기억속의 횡단 열차는 모든 낭만을 다 불러 모았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차창을 보며 설원을 달리는 시베리아횡단 열차에서 라라의 테마* 감미로운 선율과 지바고의 깊은 눈빛을 찾았다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리는 열차바퀴의 진동은 마음보다 몸을 더 흔들.. 2019. 2. 23. 춘당매 2 춘당매 2 황여정 얼어붙은 하늘에 한 그루 매화가 꽃으로 수를 놓는다 봄나비가 되어 하늘하늘 날기도하고 눈발이 되어 보송보송 나무에 내려앉기도 하고 온종일 모가지가 부러지도록 섣달의 푸른 하늘 바라보다 돌아온다 2019.1.31.20:40 2019. 1. 31. 춘당매 2019.1.30. 14:00 촬영 춘당매 황여정 겨울 한가운데 먼데서 꽃소식 들려온다 내 기다림이야, 하마 오래 전 부터 마음에 새겨 둔 선약같은거 였기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나무들이 겨울바람에 가지를 챙기는 길목을 몇 굽이 돌아서 버스가 지나는 길가에 쓸쓸하다 아, 하얀 꽃이 춘당매라는 이.. 2019. 1. 31. 저녁 안부 저녁 안부 황여정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어 아침은 언제나 밖으로 열리고 낯선 하루를 맞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그들이 내게 먼저 안부를 물어왔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내 답은 달라졌어 하루여 나를 싣고 가는 하루여 오늘은 내게 안부를 묻고 싶네 어둠.. 2018. 12. 13. 그리움을 팔다 그리움을 팔다 황여정 11월이 저물어 가면 노을도 장작불처럼 붉게 타오른다 술향기처럼 익어가던 숲은 단풍을 걸러내고 나무는 점차 빈약해 지는데 어쩌자고 나는 우물처럼 자꾸 깊어만 가는지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는 여유는 변명이고 억지처럼 매달려 빈 들녁에 눈물을 쏟는다 계.. 2018. 12. 10. 춘양구곡 춘양구곡 황여정 이름만 불러보면 사실 봄바람처럼 따슨 냄새가 날것같은데 알고 보면 가장 춥다 가보면 참 골짜기 깊다 사람이 많으면 마음이 서로 얼키어 잡초 무성한 풀밭같고 물건이 많으면 창고처럼 가득해 답답한데 많아도 빈듯한 적막강산 춘양 어은에서 도연까지 처처에 구곡이.. 2018. 10. 1. 끌림 끌림 황여정 15층 허공 베란다에 놓인 꽃들이 모두 창가로 얼굴을 내민다 밝음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끌림 그대 마음속에 햇살같은 밝음 혹은, 따스함 한자락이 사람을 부른다 먼 빛에도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그리움은 그대 눈빛 속에 깃든 맑은 바람이다 해마다,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오.. 2018. 9. 27. 산사에서 산사에서 황여정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를 위한 선물을 한답시고 한 이틀 절간에다 몸을 앉혔다 묵은 껍질 속에서 어둠을 밀어내는 새순들의 숨소리에 자근자근 마음이 녹아내린다 밤내내 알 수 없는 말들로 귀를 적시는 물소리도 싫지는 않는데 어쩌자고 마음은 저 혼자 천리만리 돌아.. 2018. 5. 14. 이전 1 2 3 4 5 6 7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