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
황여정
그땐, 그랬다
개나리 노란 부리도
세상없이 밝고 고왔고
마른 들풀 사이 연둣빛만 봐도
호들갑이었다
온몸의 피돌기가 돌았고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랬다
이 계절의 환희 앞에
침묵하는 것은 무기력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오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라고
겨울나무처럼 빈 고요가 좋은데
명상하듯 저 혼자 부르는 노래가 편한
이 시간을 밀어내고 배시시
고개 쳐들고 웃는
저 환장할 웃음 앞에
어쩌라고
막이 오르자
틈새마다 쑥덕거리는 몸짓
와와 손잡고 달려 나오는
별보다 더 반짝이는 반란의 계절 앞에
나,
어쩌란 말인가
2019.3.16.,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