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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바이칼 호수

by 매화연가 2019. 2. 23.




바이칼 호수

 

황여정

 

마음이 만들어 낸

기억은 늘 아름답다

투명한 얼음속으로 

겨울잠에 든 물고기를 본다든가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든가

입김이 얼어붙는

순간에 서 있다거나

하는 생각의 늪에서 걸어 나오는 일

을 기다리는 것은

 

호수 속의 작은 섬

알혼으로 가는 길 내내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의 마음처럼 설레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자동차너머

먼빛으로 보이는 물빛 그림자

그 곳에 왔다

그리고 만났다

처음 자동차 바퀴가

출렁, 빙판에

닿는 순간의 떨림을

보석처럼 꽉 잡아 마음속에 챙겼다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빙판을

자동차는 잘도 달린다

기억 속 찬란한 마음도

팡파르를 울리며 달린다

추울수록 더 깊이 손을 잡고

얼어붙는 바이칼의 겨울

한 마리 거북이처럼

얼음판을  기어다니며 

말을 걸어 본다

오래 전 부터 보고 싶었다고

마음속에 담아둔 그리움이었다고

무슨 말을 할까 기다렸다고

이렇게 맑은 날

나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쾌청한 하늘은

영하15도의 추위도 봄볕처럼

가볍다고

 

떠드는 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맑았고

헐렁해진 마음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기도처럼 깊어졌다

작별의 시간은 가까워지고

아쉬운 마음은 기약이 없는데

호수 저 밑바닥에서

그르렁 그르렁 바이칼의 얼음이

작별 인사를 보냈다

러시아의 푸른 눈빛으로

다시 만나자고

언제든 다시 와서

행복해져 돌아가라고

안녕히

부디 안녕하길 바란다고

 

2019.2.23.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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