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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풀의 기억

by 매화연가 2019. 2. 23.




풀의 기억

 

황여정

 

시베리아 눈밭에

꼿꼿하게 말라있는 풀을 본다

 

지난 여름 푸른 풀이거나

예쁜 꽃이었을

기억을 안고

눈밭에 서 있다

 

한 생을 살고도

쓰러지지 않고

미이라처럼

생의 발자국을 지킨다

 

몸이 병들면

마음이 들어가서 살게 될

집을 잃는다

추상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도

몸이 허물어지자

노숙자처럼 황폐해진

영혼을 보았다

 

눈밭의 저 풀은

어디에다 영혼을 묻어두고

저리도 꼿꼿한가

다시 봄이 오면

일어서는 초록의 노래

풀의 흔적이 눈밭에

가득하다

 

2019.2.23.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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