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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112

호박/김복수 [서지월시인이 단번에 읽고 감동받은 현대시]김복수 시-호박 호박 김복수 한때는 사는 게 답답하여 우듬지에 올라 세상 구경하려 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토담이 가슴 내어주었다 묵묵히 제 갈 길 지켜온 텃밭이 고추며 상추의 파란 모습 보여주었다 나는 이웃이란 것을 보았다 토담의 어.. 2017. 10. 16.
오래된 사랑/이상국 오래된 사랑 이상국 백담사 농암잠실 뒤뜰에 팥배나무꽃 피었습니다 길가다가 돌부리를 걷어찬 듯 화안하게 피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백 년이나 걸렸는지 모르지만 햇살이 부처님 아랫도리까지 못살게 구는 절마당에서 아예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 지나가는 바람에도 제 속을 .. 2017. 3. 26.
키스/김기택 키스 김기택 처음 네 입술이 열리고 내 혀가 네 입에 달리는 순간 혀만 남고 내 몸이 다 녹아버리는 순간 내 안에 들어온 혀가 식도를 지나 발가락 끝에 닿는 순간 열 개의 발가락이 한꺼번에 발기하는 순간 눈 달린 촉감이 살갗에 오톨도톨 돋아 오르는 순간 여태껏 내 안에 두고도 몰랐.. 2016. 6. 14.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 2016. 5. 13.
수종사 풍경/공광규 수종사 풍경 공광규 양수강이 봄물을 퍼 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과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을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2016. 4. 20.
아름다운 오드리헵번/공광규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 공광규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였다고 문화일보 1996년 10월 21일자 32면에 ‘고객과 함께 하는 세계로 미래로-삼성’이 전면 이미지 광고를 냈다 흰머리 쭈그렁탱이 할머니가 아프리카나 어느 .. 2016. 4. 20.
일찍 피는 꽃들/조은 조은, 「일찍 피는 꽃들」 일찍 맺힌 산당화 꽃망울을 보다가 신호등을 놓친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는 영화의원 앞 신호등을 제때 건너지 못한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그 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떤 기운에 취해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듯하다 언젠가는 찾아 헤맬 수많은 길들이 등 뒤.. 2016. 4. 6.
거미줄/손택수 손택수, 「거미줄」 (낭송 송경원) 손택수, 「거미줄」을 배달하며 어미와 새끼 사이가 탯줄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 인류사가 드러낸 성차별의 시작에는 바로 이 탯줄이 작용했다는 설이 있다. 확증(確證)의 관계인 어머니와, 심증(心證)의 관계인 아버지와의 차이는 두렵고 큰 것이 사실.. 2016. 3. 1.
처서/정끝별 정끝별, 「처서」 Posted by 관리자 on 2015-09-01 11:45:57 in 2015 문정희, 문학집배원, 시배달 | 1 댓글 태그 : 문정희의 시배달, 정끝별 정끝별, 「처서」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사람 단 한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 2015.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