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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112

사랑에 먹히다/조동례 사랑에 먹히다 조동례 칠월 땡볕 까마중 그늘에 사마귀를 먹고 있는 사마귀 한 마리 뜨거운 사랑 뒤처리를 하고 있다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먹다 만 몸통을 슬그머니 건들자 남은 사랑 물고 어두운 곳을 찾아 필사적이다 먹히고 싶다는 말, 저런 거다 사랑한다 나랑 살자 그런 흔해 .. 2013. 7. 11.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문태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문태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 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 2013. 5. 23.
상수리나무/이기철 상수리나무 이기철 꽃 피우지 않고도 저렇게 즐거운 삶이 있다 돌 지난 상수리나무 잎새가 새끼 노루의 목덜미 같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다 햇빛이 오면 금세 즐거워지는 나무들 나무들이 즐거워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람이 오면 한 군데도 비워둔 데 없이 왁자히 .. 2013. 5. 10.
세상 끝의 봄/김병호 세상 끝의 봄 김병호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른 .. 2013. 5. 9.
묵언/이시환의 자작시 해설 [자작시 해설③] -「묵언·1」 묵언・1 바람도 그곳으로부터 불어오고 강물도 그곳으로부터 흘러내려온다. 시 「묵언・1」전문이다. 이 작품은 전체 2연 4행이지만 단 한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시제詩題를 포함하여 모두 5행인 셈인데 이를 자연스럽게 읽고나면, ①묵언 ②바람.. 2013. 5. 8.
이시환의 「하산기下山記・2」 [자작시 해설②] -이시환의 「하산기下山記・2」- 어쩌다, 내 무릎 뼈를 쭉 펴면 밤새 흐르던 작은 냇물 소리 들린다. 더러, 동자승의 머리꼭지를 찍고 돌아가는 바람의 뒷모습도 보인다. 꼭두새벽마다 울리는 법당의 종소리도 차곡차곡 쌓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상의 꽃들이 피었다.. 2013. 5. 5.
봄, 무량사/김경미 봄, 무량사 김경미 무량사 가자시네 이제 스물몇살의 기타소리 같은 남자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이든 깨도 좋을 나이 겨자같이 싱싱한 처녀들의 봄에 십년도 더 산 늙은 여자에게 무량사 가자시네 거기 가면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며 늙은 여자 소녀처럼 벚꽃나무를 헤아.. 2013. 4. 25.
[스크랩] 2013 경인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떠도는 지붕>표절의혹에 대해 올해 신춘당선작들을 읽다가 다시 또 불거진 표절의혹이 있어 글을 올립니다. 올해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이 아래의 시의 표절 내지 유사성을 가졌기에 근거 자료를 제시합니다. 아래의 여러 시는 서로의 작품을 서로 표절한 근거로 2010년과 2011년에 당선되어 네 군데 신문사에서 .. 2013. 1. 11.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반칠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퀴 한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 2012.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