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시131 오월의 계정숲 /황여정 오월의 계정숲 황여정 계정숲 나무들이 노란 부리로 휘파람을 불면 풍성한 햇기 가지마다 눈부시게 내린다 후후 햇살의 입김으로 커지는 나뭇잎들 나무아래 모인 바람이 강물처럼 검흐른다 숲속 나무들은 바람의 현으로 연주를 하거나 햇살과 빗물로 몸을 헹구며 녹색을 더하기도 한다 .. 2012. 5. 14. 출가/황여정 출가 -우전차를 마시며 황여정 상큼 베어 물면 입속에 고이는 푸른 물 잠시 꿈같은 낮잠 베고 잠든 여린 향이 맑은 물에 다시 태어나는 생애 한 순간 길 떠난 봄이 돌아오는 찻상에 이슬방울 구른다 2012. 5. 11. 스마트폰/황여정 스마트폰 황여정 스마트폰 가게가 한 집 건너 생겨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 창 넓은 가게에 유리문 가득 공짜 공짜 미끼에 입질이 한창이다. 공짜는 순간의 착시 현상이지만 한결 가볍고 스마트폰의 실상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다. 큐알 코드에 대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정보가 .. 2012. 4. 22. 봄꽃/황여정 봄꽃 황 여 정 생각없이 살아가도 꽃은 피더라 한 번도 따지지 않고 한 번도 피하지 않고 때맞추어 챙기지 않아도 툭 툭 툭 터지는 봄꽃들 눈 눈 눈이 열리니 꽃 속에 길이 보인다 2012. 3. 21. 봄/황여정 봄 겨울이 해킹 당했다 숨겨둔 잎눈, 꽃눈 나무 껍질 뚫고 막 터져 나온다 땅 속에 숨겨도 소용없다 발자국 밑에서도 빼꼼 빼꼼 기어 나온다 바람도 갈팡질팡 온 천지 물감을 뿌리고 다닌다 큰일 났다 막을 수 없다 다 풀렸다. 2012. 3. 17. 반구대 암각화/황여정 반구대 암각화 황 여 정 울주군 대곡리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작살로 잡은 고래 동네사람들 함께 나누며 잔치 벌렸네 돌고래 향유고래 수염 난 고래 새끼 밴 고래 고래마다 다르게 생긴 모습 빼지 않고 다 그렸네 호랑이 사슴 멧돼지 여우 늑대 족제비 산과 들에 .. 2012. 3. 16. 어디로 어디로 황여정 커피를 태우다 커피와 설탕이 묻어나 손이 찐득거렸다. 수돗물에 손을 씻고 느끼는 상쾌함과 함께 사라진 그 찐득거림의 불쾌함을 전가한 물에게 미안했다. 물은 또 다시 제 몸을 헹구느라 얼마나 부딪치고 깨어지며 흘러야 할까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내가 흘린 .. 2012. 1. 7. 무장사지 삼층석탑 무장사지 삼층석탑 황여정 암곡 골짜기 흐르는 물소리 억새 꽃 바람에 스치듯 정겨움 더하는 무장봉 오르는 길 천 년 전 평화를 꿈꾸던 옛 절터는 나뭇등걸로 흔적만 남아있는데 석탑 찾는 눈길 서두르지 않아도 사립문 사이로 살포시 고개 내밀며 기다리던 손님 반기는 시골 아.. 2011. 12. 20. 얼레지 얼레지 황여정 곧추세운 꽃대 단아한 기상으로 뻗쳐오르다 움칫 고개 떨군 수줍은 몸짓 날아 갈듯 환한 웃음 봄볕에 눈이 부시다 돌아보면 꽃잎마다 웃고 있어도 멍울멍울 아픈 자국 보듬은 속내 얼룩진 잎새마다 어룽어룽 눈물 어려 살포시 나래 접고 머문 자태 마음 아리다 2011. 10. 18.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다음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