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황여정
커피를 태우다 커피와 설탕이 묻어나 손이 찐득거렸다.
수돗물에 손을 씻고 느끼는 상쾌함과 함께 사라진 그 찐득거림의 불쾌함을 전가한 물에게 미안했다.
물은 또 다시 제 몸을 헹구느라 얼마나 부딪치고 깨어지며 흘러야 할까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내가 흘린 말 조각들 어디서 찐득거리며 살아있는지
내 기쁨은 어디서 온 누구의 눈물인지 내 슬픔은 어디서 온 누구의 기쁨인지 내 생명은 어디서 온 누구의 죽음인지 내 들숨은 어디서 온 누구의 숨결인지 내 생각은 어디서 온 누구의 영혼인지
내게서 떠난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으며 내 곁에 머무는 이 모든 것들은 또 어디서 왔나
아침이면 밤새 사라졌던 꽃이며 풀들도 다시 제 이름표를 달고 웃지만 어둠은 다시 그 모습을 지우고 흔적없이 떠난 바람 다시 돌아온다.
내 손에 묻어있던 커피와 설탕 어디로 갔을까
2011.10.3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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