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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어디로

by 매화연가 2012. 1. 7.

 

어디로

 

황여정

 

커피를 태우다

커피와 설탕이 묻어나

손이 찐득거렸다.

 

 

수돗물에 손을 씻고

느끼는 상쾌함과 함께 사라진

그 찐득거림의 불쾌함을 전가한

물에게 미안했다.

 

 

물은 또 다시

제 몸을 헹구느라 얼마나

부딪치고 깨어지며 흘러야 할까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내가 흘린 말 조각들

어디서 찐득거리며 살아있는지

 

 

내 기쁨은 어디서 온 누구의 눈물인지

내 슬픔은 어디서 온 누구의 기쁨인지

내 생명은 어디서 온 누구의 죽음인지

내 들숨은 어디서 온 누구의 숨결인지

내 생각은 어디서 온 누구의 영혼인지

 

 

내게서 떠난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으며

내 곁에 머무는 이 모든 것들은 또 어디서 왔나

 

 

아침이면 밤새 사라졌던 꽃이며 풀들도

다시 제 이름표를 달고 웃지만

어둠은 다시 그 모습을 지우고

흔적없이 떠난 바람 다시 돌아온다.

 

 

내 손에 묻어있던 커피와 설탕

어디로 갔을까

 

2011.10.3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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