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시131 매향, 맑은 향 앞에서/황여정 매화, 맑은 향 앞에서 황여정 천년의 햇살이 올해도 꽃을 피웠어요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한달음에 그리움을 불러왔지요 기별도 없었는데 담장밖에서 기다리는 수백년 세월 반가움에 잠시 아뜩한 정신 가다듬어 깊은 숨 들이켰지요 오래 된 시간들이 몸을 거두어 가는 쇠잔.. 2014. 4. 6. 읍천항에 가면/황여정 읍천항에 가면 황여정 읍천항에 가면 흰 별꽃 세 송이를 귓전에 꽂고 소녀와 마주한 고릴라를 만나게 된다 갈증으로 마른 눈빛 소금물같은 욕망을 마신 고릴라 귀에 꽂은 하얀 꽃송이 별처럼 돋보인다 소녀는 고요해 흰 꽃처럼 밝고 그리움처럼 붉은 다홍빛 옷 걸쳐 입었다 살포시 눈 감.. 2014. 3. 31. 매화꽃, 겨울을 보내다/황여정 매화꽃, 겨울을 보내다 황여정 뒷모습은 언제나 아련하다 모진 세월도 지나고 나면 무채색의 풍경으로 저장되는 흔적일 뿐 아침 햇살에 끝자락을 말리는 겨울은 안개 속 풍경처럼 여리다 나무들은 아직 내밀한 언어를 감추고 있는 지금은 섣달그믐 같은 순간 나직한 소리로 부르는 별리.. 2014. 3. 24. 바람, 철이 들다/황여정 바람, 철이 들다 황여정 바람아 이 겨울 헐벗은 산야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 창가에서 만나는 햇살이 너를 어디에 유배시켜 놓고 왔느냐 저 빈 나무처럼 너 어디서 침묵하고 있느냐 겨울이 아직 한창인데 먼데서 숨죽이고 있는 바람의 곁눈질을 본다 흔들리지 않는 겨울은 춥기 때문이다 .. 2014. 2. 16. 홉스골 가는 길/황여정 홉스골 가는 길 황여정 구름이 물구나무서는 언덕에 걸린 하늘과 꽃들의 수다가 주인인 들판은 액자 속 풍경이네 키 낮은 풀들은 어디든 길을 내어 줄 것 같지만 달리다 멈춘 길은 웅덩이에 빠져 길을 잃네 야생처럼 발붙이는 그리움이 끊어진 길 위에서 바람에 서성거린 날을 보네 기억.. 2014. 2. 3. 홉스골 가는 길/황여정 홉스골 가는 길 황여정 구름이 물구나무서는 언덕에 걸린 하늘과 꽃들의 수다가 주인인 들판은 액자 속 풍경이네 키 낮은 풀들은 어디든 길을 내어 줄 것 같지만 달리다 멈춘 길은 웅덩이에 빠져 길을 잃네 야생처럼 발붙이는 그리움이 끊어진 길 위에서 바람에 서성거린 날을 보네 기억.. 2013. 8. 19. 혼자/황여정 홉스골의 야크 혼자 황여정 여행을 다니면 사람들이 묻는다. 혼자 왔어요? 억제된 호기심과 절제된 부러움이 빚어낸 말 혼자 혼자 혼자 아! 혼이 자유로운 길 길의 시작은 떠남이다 떠남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또 다른 길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만남은 마음을 반짝이게 .. 2013. 8. 14. 화해/황여정 화해 황 여 정 풀밭에 깔린 작은 웃음들이 내 얼굴에 꽃을 피운다 한참을 눈 맞추다 돌아선 내 등 뒤에서 그대로 웃고 있다 돌아서는 등 뒤에서 그냥 그대로 웃고 있는 들꽃을 보면 거친 바람에 몸을 맡겨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의 내공이 보인다 내 야윈 마음이 너를 향해 활짝 웃는 날도 .. 2013. 7. 18. 선물/황여정 선물 황여정 해운대 바닷가에서 한 남자가 건네준 것은 유리 알맹이가 둥글게 원을 그리는 알록달록한 팔찌였다. 평소 즐겨하지 않는 낯선 장신구지만 그것은 첫인사 같은 것이기에 그 자리에서 팔에 끼웠다. 마른 강줄기 같은 손등이 부끄럽고 어색해 손바닥에 숨는다. 저문 날 물비늘 .. 2013. 7. 11.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