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4
아직도 꽃등을 달고 화사하게 웃고 있을 것 같은 생각
그 생각이 서둘러 백양사로 가게 했다.
봄볕은 화사하게 밝아 길마다 꽃들이 제 색깔로 빛나고
마음은 고불매에 대한 설렘으로 봄길이 아주 즐거웠다.
지난 번에 본 독수매에 대한 아련함과 미암매에 대한 화사함에 겹쳐
고불매의 의연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 했다.
백양사 절 입구는 연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벚꽃은 만개해서 절정이다.
그러나 마음은 오로지 대웅전앞에 있다는 고불매로 향하고....
그런데 이게 무슨 향? 절 입구에서 천리향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새순같이 돋아나던 기대가 무너지며 순간 멍해졌다.
아직 고불매 앞에서는 탐매객들이 서성이고 있긴 했다.
하지만 고불매는 야윈 몸을 봄볕에 말리며 침묵하고 있었다.
꽃이 가버리니 향도 자취없이 사라질 밖에...
때를 놓친 아쉬움이 이내 부끄럽기만했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 탓이로 소이다.
고불매 대신 향을 보내주던 천리향
마지막 남아있는 고불매의 향을 삼킨듯 해 아쉬웠다.
돌아서 나오는 내내 울적했지만 삼백 예순날이 지나면 또 다시 찾아올 봄이 있기에
위안으로 희망으로 마음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