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30 6시 출발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안개도 짙었다.
88고속도로는 마음을 다스리지않으면 가기 힘든 도로다.
국도보다 못한 속도로 달리는 것도 그렇지만 앞길을 가로 막는 차가 있을때는
약속시간을 종잡을 수 없다.
다행하게도 비는 그치고 햇살이 밝았다.
지난해 다녀갔었기에 길이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독수매는 전혀 딴 곳에 있었다.
독수정 앞에 있는 야윈 백매 한 그루를 독수매라 알고 있었다니....
오늘 독수매는 활짝 웃고 있다.
곧지도 않고 드러 누운자세도 아닌 등을 기대고 앉아 관조하는듯한 자세다
저토록 오래된 등걸에서 저토록 맑은 웃음을 달고있다니..
온몸에 이끼를 두르고 밑둥은 다 허물어져 가는데 가지마다 환하게 꽃등을 걸고 있다.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이끼낀 등걸위로 떨어진 눈물같은 꽃잎. 오랜 세월위에 내려 앉은 봄날 한 잎은 밝기만 하다.
천년의 햇살
가지마다 꽃으로 피는 봄날
사랑
그 두근거림의 답신은
아뜩한 현기증처럼 반갑다
깊은 그리움은
조급증처럼 마음을 부추겨
빈손으로 왔다가
도둑처럼 돌아가네
이끼낀 등걸과 삭아내리는 속이 다 보이건만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이, 해 주지도 않고
내년이면 다시 찾아와 꽃이며 향을 탐하겠지
지난 해 명옥헌에 두 번을 갔지만 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동백까지 금상첨화로 배경이 되어 준다. 참 고마운 봄날 이다.
해남과 강진을 다녀온 이후라 여독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같은 날씨에 꽃들이 서둘러 왔다 가려한다.
내 볼일 다 보고 간다면 이미 때를 놓치는 거다. 아쉽지만 당일 일정으로 떠났다.
사실 예년같으면 3월말에서 4월초에 고매들을 볼 수 있었기에
남도 여행을 이즈음(3월 27,28일경)에 잡았었는데 예상이 어긋나고 말았다
담양에서 하룻밤 묵으며 느긋하게 탐매여행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여러 일정들이 겹쳐서 당일 여정으로 해야했다.
당일이지만 담양의 고매들을-독수쌍매. 계당매. 와룡매. 환벽당매 죽림매. 명옥헌 홍매. 유종헌고택 고매.장전매.미암매. 하심매
다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히 틈을 내어 안내를 해주신 다천선생님 덕분이다.
꿈 같은 하루다. 또 다시 이 설레임이 찾아올 내년은 멀기만 한가?
아름다운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