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95 끌림 끌림 황여정 15층 허공 베란다에 놓인 꽃들이 모두 창가로 얼굴을 내민다 밝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끌림, 그대 마음속에 햇살 같은 밝음 혹은 따스함 한 자락이 사람을 부른다 먼 빛에도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그리움은 그대 눈빛숙에 깃든 맑은 바람이다 해마다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오는 꽃들 아랫목 같은 온기의 끌림에 따라온다 ********************************************** 가끔 사람도 걸어다니는 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식물이 해바라기를 하듯이 살아있는 감성도 따뜻함쪽으로 기운다 마음이 간다라는 말, 그러하지 않나요? 2023. 12. 18. 미안하다 미안하다 황여졍 물 빠진 순천만 갈대숲에서 뒤뚱거리는 짱뚱어를 본다 온몸을 진흙에 맡긴 채 구멍 속으로 들락거리며 술래잡기를 한다 뻘 속에서 뻘을 닦아내려 뻘밭을 기어 다닌 날들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짝은 너무 완강하거나 이미 녹슬어 상처를 남겼지 긴 시간들이 순천만 노을에 젖어든다 아, 짱뚱어 같기도 했던가 갈대꽃 스치는 바람이기도 했던가 그때는 정오쯤이기도 했던가 그래, 지금은 다 미안하다 **************************************************************************** 지난 날이 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때면 우리는 서로서로 가야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느슨하게 열린 몸도 마음도 이제는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 지금은 다 .. 2023. 12. 18. 시간을 요리하다/고정애 시간을 요리하다 고정애 시계는 국수 틀이다 재깍재깍 국수를 밀어낸다 길게 밀려나온 국수를 날선 칼로 길게 또는 짧게 끊어내어 요리를 한다 중국식? 일본식? 한국식? 비빔이건 국물이건 문제는 소스 종류다 소스따라 향과 맛이 달라지는 시간의 국수 그때그때 생각이 나는 대로 입에 맞게 공들여 만들면서 사랑하는 너와 나 함께 먹는다면? 즐거운 국수를, 아니 맛있는 시간을, 요리하며...... *********************************************************** 365일 정해진 1년이라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국수틀에서 국수를 뽑듯이 입맛에 맞는 시간들이었는지 생각해보는 즈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공들여 만들어 가는 시간을 남기시기를 바라면서...... 2023. 12. 17. 즐거운 한때/고영 2023.12.15. 즐거운 한때 고영 창을 두드리는 장대비가 방안 구석구석 빗소리를 남기고 갑니다 몸만 풀고 가기엔 아무래도 섭섭했던 모양이군요 책 속에도 빗소리로 가득합니다 저 떡갈나무 장대비가 숲을 건너가기 전에 나는 빗소리를 담아 두려 했습니다 빗방울을 움켜쥐고 있는 도토리들 도토리를 쏘아 올리는 흥겨운 떡갈나무들 숲속에 펼쳐진 저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발끝이 들려, 마음이 들려 어느새 신명난 구결꾼이 되고 맙니다 징소리가 된 빗소리 꽹과리가 된 떡갈나무 숲속 옹이투성이 나무의 잎도 빗소리에 긁히니 한가락 노래가 되는군요 한바탕 잔치가 질퍽한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밤은 빗소리를 떠나보내긴 글렀나 봅니다 어린 나무들까지 저렇듯 모여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으니 ***********.. 2023. 12. 15. 그리움을 팔다 그리움을 팔다 황여정 11월이 저물어 가면 노을도 장작불처럼 붉게 타오른다 술향기 처럼 익어가던 숲은 단풍을 걸러내고 나무는 점차 빈약해 지는 데 어쩌자고 나는 우물처럼 자꾸 깊어만 가는지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는 여유는 변명이고 억지처럼 매달려 빈 들녘에 눈물을 쏟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을 타는 마음은 자주 흔들리고 아프다 12월이 오기전에 이제 그리움을 팔아야 겠다 술과 노래로 치장한 시간들은 너무 익어서 허물어지고 삭아내리는 이 아득한 계절 뼈대만 남은 나무들에게 내 그리움을 전매한다 시집, 저녁안부, 14쪽 2023. 12. 14. 묵언 묵언 황여정 철지난 연밥이 연지에서 묵언 수행중이다 나는 꽃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이 겨울의 적막을 잠시 흔들어 본다 떠나가 버린 것에 대한 예의는 생각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더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리라 무성하던 푸름, 젊음이 지난 자리 한때는 모두가 꽃의 계절을 누렸을 그때 설핏한 기억이 강물처럼 흐른다 마른 꽃대궁들 저마다 홀로 견디는 연지 초록이 잠든 자리는 외롭지 않은 것이 없다 시집, 저녁안부,13쪽 2023. 12. 14. 바람 부는 날이면/ 곡 김성희 바리톤 송기창 https://youtu.be/WRh5V27yLCE?si=5zElJ6SHS03lHNYQ 바람 부는 날이면 시 황여정 곡 김성희 바리톤 송기창 바람이 불어 오는 길목 햇살은 눈부시고 나뭇잎은 손짓을 하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저리도 반짝이고 있을까 무슨 말을 하길래 저렇게도 한들한들 웃을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이면 가던 길 멈추고 너에게 가고 싶다 제 자리에 선 나무들처럼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우~우~우~우~ 바람결에 노래하는 나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라라라라라 살아있다는 건 너를 그리워하는 일이고 시시때때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다 살다가 살다가 아무 일도 없지만 바람부는 날이면 너에게로 가고 싶다 살아있다는 건 너를 그리워하는 일이고 시시때때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다 2023. 12. 14. 가보지 않은 곳/강인한 2023.12.14. 가보지 않은 곳 강인한 길 솟은 억새와 쑥 덤불이 웃자란 곳 몇 걸음 아닌데도 나는 늘 거기까지는 가보지 않았다 금연 구역의 경계를 벗어난 몇 발짝에서 멈춰 우산을 들고 바라보면 빗속의 능선들이 적막해서 아름다웠다 비안개가 북에서 남으로, 비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골짜기를 파고들며 애태우고 있었다 내가 피우는 담배연기는 맛있게 우산의 경계를 빠져나와 굵어진 빗줄기에 소스라쳐 사라져 버리고 저 여름철의 헛것들이 시들고 쓰러져서 제 스스로를 거둔 다음에야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 환하게 드러나 보였다 등성이로 올라서지 못한 산 발치에 낙엽을 다 떨군 교목 한 그루가 여름내 우듬지에 숨겨둔 까치집을 내보일 때 저쪽에 대여섯 채의 지붕이 떠 올랐다 맨 앞에 마중 나온 그 집의 문간에는 오래된 .. 2023. 12. 14. 1박 2일 서천 여행 2 2023.11.29~30. 서천여행 한산모시라고 알려져 왔는데 모시전시관은 서천군에 있다. 아마도 행정적으로 한산은 면지역으로 서천보다 규모가 작아졌기 때문 일 것이다 모시 전시관에는 모시로 만든 의류와 모시로 만든 떡이 있었다. 손길이 많이 가는 모시옷은 편리한 합성섬유에 밀려나고 명인의 손에 의해 제작되는 옷은 예술품으로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어 그림의 떡처럼 점차 일상적인 의복에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곱고 품격이 있는 옷이다. 세계각국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서천 국립생태공원 장항선을 타고 용산에서 서천까지 1박 2일의 여행은 풍성했다. 신성리 갈대숲과 서천 수산물 시장 투어로 현지 관광도 즐기고 문헌 서원 교육관에서 판소리 공연과 다례체험과 문화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으며 전통호텔에서.. 2023. 12. 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