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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수연산방에서/ 고두현

by 매화연가 2023. 12. 18.

 

 

수연산방에서 - 《무서록》을 읽다

 

고두현

 

문항루에 앉아 솔잎차를 마시며

삼 면 유리창을 차례대로 세어본다

한 면에 네 개씩 모두 열두 짝이다

 

해 저문뒤

무서록을  거꾸로 읽는다

 

세상일에 순서가 따로 있겠는가

저 달빛은 그대와 나 

누굴 먼저 비추는지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누가 마음 먼저 기울었는지

무 슨 상관 있으랴

 

집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에 앉은 동산도 두 팔 감았다 풀었다

밤새도록 사이좋게 노니는데

 

시작 끝 따로 없는 

열두 폭 병풍처럼 우리 삶의 높낮이나

살고 죽는 것 또한 그렇게

순서 없이 읽는 사람이 

먼 훗날 또 있으리라

 

 

**********************************************

 

생과  사에

순서가 있으면 

좋겠다

여기 왔던 차례대로

여기를 떠난다면 

슬픔도 아픔도 

덜 하겠지

 

눈물이 없는 죽음은 없겠지만  

가슴에 대못처럼 아픔을 남기는 죽음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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