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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전보/문정희

by 매화연가 2020. 9. 5.

 

전보

 

문정희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어느 일몰의 시간이거나

창백한 달이 떠 있는

신새벽이어도 좋으리라

 

눈부신 화살처럼 날아가

지극히 짧은 일격으로

 

네 모든 생애를 바꾸어 버리는

축전이 되고 싶다

 

가만히 바라보면

아이들의 놀이처럼

싱거운 화면 그 위에 꽂히는

한 장의 햇살이고 싶다

 

사랑이라든가

심지어 깊은 슬픔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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