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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그리움을 팔다

by 매화연가 2023. 12. 14.

 

 

그리움을 팔다

 

황여정

 

11월이 저물어 가면

노을도 장작불처럼 붉게 타오른다

 

술향기 처럼 익어가던 숲은

단풍을 걸러내고 나무는 

점차 빈약해 지는 데

어쩌자고 나는 

우물처럼 자꾸 깊어만 가는지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는 여유는 

변명이고 억지처럼 매달려

빈 들녘에 눈물을 쏟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을 타는 마음은 자주 흔들리고

아프다 12월이 오기전에

이제 그리움을 팔아야 겠다

술과 노래로 치장한 시간들은 

너무 익어서

허물어지고 삭아내리는 

이 아득한 계절

 

뼈대만 남은 나무들에게

내 그리움을 전매한다

 

 

시집, 저녁안부,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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