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팔다
황여정
11월이 저물어 가면
노을도 장작불처럼 붉게 타오른다
술향기 처럼 익어가던 숲은
단풍을 걸러내고 나무는
점차 빈약해 지는 데
어쩌자고 나는
우물처럼 자꾸 깊어만 가는지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는 여유는
변명이고 억지처럼 매달려
빈 들녘에 눈물을 쏟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을 타는 마음은 자주 흔들리고
아프다 12월이 오기전에
이제 그리움을 팔아야 겠다
술과 노래로 치장한 시간들은
너무 익어서
허물어지고 삭아내리는
이 아득한 계절
뼈대만 남은 나무들에게
내 그리움을 전매한다
시집, 저녁안부,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