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자국/시

묵언

by 매화연가 2023. 12. 14.

 

 

묵언

 

황여정

 

철지난 연밥이 

연지에서 묵언 수행중이다

 

나는 꽃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이 겨울의 적막을 잠시

흔들어 본다

 

떠나가 버린 것에 대한 예의는 

생각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더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리라

 

무성하던 푸름, 젊음이 지난 자리

한때는 모두가 꽃의 계절을 누렸을 그때

설핏한 기억이 강물처럼 흐른다

 

마른 꽃대궁들

저마다 홀로 견디는 연지

초록이 잠든 자리는 외롭지 않은 것이 없다

 

 

시집, 저녁안부,13쪽 

'발자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안하다  (0) 2023.12.18
그리움을 팔다  (0) 2023.12.14
측백나무에 대한 나의 고찰  (0) 2023.08.05
산수유  (0) 2023.03.17
끌림/5  (0) 202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