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0. 외연도
16:00 외연도 도착
17:00 망재산 트레킹 후 낙조 감상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의 섬 중에서 가장 먼 섬, 외연도는 밖에서 보면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인다고 해서 외연도라 불린다. 대천항에서 떠난 배는 호도와 녹도를 거쳐 출항 2시간 만에 외연도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내리면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길을 따라 동네로 들어가면 민박집 간판이 총총 연달아 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슬레이트 지붕에는 밧줄을 묶어 놓고 그 끝자락에는 무거운 돌을 매달아 고정을 해놓았다. 태풍이 불면 섬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까 짐작이 간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망재산 트레킹을 나섰다. 오후 햇살이 유채꽃에 내려 꽃의 속살이 투명하게 빛난다. 연두와 노랑의 어울림이 가히 환상적이다. 가꾸지 않은 야생의 유채가 골목마다 노랗게 피어 시골길을 한층 정겹게 만든다.
외연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팽나무는 수령이 오래된 보호수가 많다. 다른 나무들은 신록이 짙어가는데 팽나무는 이제 잎을 틔우고 있어 연초록의 색감이 더욱 아름답다.
골목길의 끝에 노을 펜션이 있고 그 펜션의 잔디 마당 끝에 바다가 펼쳐진다. 툭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에 위치한 펜션이다. 객실은 10명 기준으로 70만 원이고 5명이 쓰면 35만 원이라고 한다.
노을펜션에서 나와 망재산으로 가는 길은 중간중간에 험한 길이 있기는 했으나 안전장치로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을 연결해서 손잡이로 사용할 수 도 있고 가는 길도 그리 멀지 않았다. 숲 속의 가파른 길을 벗어나자 저 멀리 두 개의 능선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 있다. 언덕 위에 올라선 사람들의 눈앞에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섬과 섬사이는 그림처럼 고요했다.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힘차고 생동감 있다고 생각했지만 서해바다가 주는 편안함도 좋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바다 가운데로 툭 튀어나온 지형이 고래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서 이곳을 고래조지라고 부른다는 말에 모두 깔깔대며 웃었다. 하지만 지도 어디에도 그런 명칭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일몰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긴 하지만 여기서 해가 떨어지고 나면 지나온 숲길을 헤쳐 나갈 수가 없기에 일몰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노을펜션으로 돌아가야 했다.
노을펜션에는 이미 다른 트레킹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서 마당 가득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트레킹 팀의 무리들이 사진을 찍느라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조용히 즐기는 일몰 감상은 포기를 했다. 그저 노을이 붉게 물들기를 기다리는데 그것도 해수면에 구름이 깔리면서 절정의 순간은 불발이 되고 말았다. 일출과 일몰의 아쉬움은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태양과 대기와 해수의 황홀한 어울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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