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4. 오후 3시
700년 만에 꽃을 피웠다는 아라홍연에 대한 기사는 연꽃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어느 해 여름 뜨거운 8월의 태양 아래 온종일 연밭에서 놀았다. 그 열정을 사랑했고 그게 젊음이었다. 여기저기 연꽃 소식이 올라온다. 지금은 물리적인 거리감 때문에 함안까지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어디 가까운 곳에서 연향이라도 만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몇 해전에 서울에 있을 때 가 본 두물머리 연밭이 생각났다. 멀지 않은 곳이라서 쉽게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두물머리에 갔다. 한여름의 열기는 잔인했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고 바람 한 점 없다. 예전처럼 황포돛대가 다시 세워졌고 눈에 익은 느티나무는 짙푸른 녹음으로 그늘을 만든다. 여름휴가 나들이로 찾아온 사람들도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관광을 즐긴다. 맑고 향기로운 연밭 단지에는 꽃은 어디로 가고 연잎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연꽃의 본래 모습인 청정하고 우아한 꽃의 자태를 꽃구경을 하겠다고 인위적으로 밭에 연을 심었다. 본질을 벗어난 연꽃 단지에 본래의 모습은 없다.
역광의 연잎속에는 맑은 연두가 살고 잎맥은 수많은 길을 만들어 준다. 잎과 잎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경계를 이루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낸다.한데 어울려 넘실거리는 연잎의 속살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하나의 강이 흐른다는 것도 위대한 일인데 두 개의 강이 흘러서 만나는 일은 화합이고 동시에 큰힘의 생성이다. 흘러 흘러 만나는 늠늠한 기상을 이곳 두물머리에서 나루터에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