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22. 오후 3시
청벚꽃이 유명한 개심사에서 배롱나무 한 그루 보았다. 매끈하고 단단한 근육질의 배롱나무를 본 이후 배롱꽃 피는 여름에 한 번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남쪽에서는 배롱꽃이 만발했다고 연일 꽃 소식이 넘치는데 개심사 배롱꽃 소식은 영 알길이 없다. 무작정 갔다. 그 무작정은 얼마나 많은 상실감을 안겨 주는지...! 산중이라 그런지 배롱은 이제 겨우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절마다 공사는 얼마나 많이 하는지 이곳 개심사도 공사하느라 철책으로 둘러싸인 주변은 배롱이 꽃을 피우는 일하고는 전혀 관심이 없다.어디다 렌즈와 눈맞춤을 해야할지 그저 난감하다.
붉은 배롱을 돋보이게 하는 건 매끈하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과 유연하고 당찬 가지를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중심을 잡은 단단한 몸통과 유연한 가지를 타고 노는 저 붉은 꽃은 여름을 식혀주는 청량제다.
나무는 언제나 경이롭다. 나이가 들면서 둥치는 굵어지고 속으로 만들어 내는 나이테도 늘어난다. 생명을 멈춘 후에도 변함없이 만들어 가는 나무의 결!! 여름의 열기 속에 절간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저 둥치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덧칠한 페인트도 말라버린 저 나무의 속살은 또 무슨 경을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