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8. 화엄사
오후 2시쯤 화엄사가는 길. 지난 해에는 벚꽃 가로수가 눈부시게 피었는데 올해는 깜깜하다. 꽃 망울의 기척도 없다. 아마도 강추위로 꽃눈을 꽁공 싸매고 있나 보다. 서두르지 않는 꽃망울을 보며 갑자기 살림살이가 궁핍하면 긴축 가계로 마음도 씀씀이도 움츠려 든다는 생각이 든다. 꽃망울도 추위에 생존을 위한 대책으로 아직 바깥 날씨 눈치를 보나 싶다. 화엄사는 오후 시각인데도 차량과 인파가 넘친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되고 주차장을 지나서 절간 안으로 주차를 안내한다. 얼마나 친절한 배려인가!! 만차라고 차를 돌려 세우면 먼길을 달려온 차량들이 오갈데 없이 헤매는데 절간 안 빈곳으로 차를 안내하다니 새삼 그 배려심에 고마움이 넘친다. 오늘의 주인공 흑매 앞에는 폰카로 얼굴 증명사진을 찍는지 흑매 증명사진을 찍는지 나무 밑에서 들락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셔트를 누를 수가 없다. 맙소사, 서울에서 관광버스타고 왔다는 한무리의 사람들. 그들이 두어 시간 왁자하게 경내를 들썩이다 사라지고 나니 조금 한가하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한다. 관광객들이 다 빠져 나가고 오후의 강렬한 햇살도 숙지면 한 장의 사진을 건질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하루를 묵힐 시간의 여유가 없다. 눈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만끽하고 돌아서니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다. 내일은 있을려나?? 해마다 해마다 내년에는 내년에는 하고 넘어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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