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7. 일요일
3월이 끝무렵인데 여기서는 아직 꽃눈도 잎눈도 기척이 없다. 며칠 전부터 매화꽃이 피었네 벚꽃이 피었네 남쪽 꽃소식이 심심찮게 날아온다. 게다가 선암매가 보기드물게 풍성한 자태를 뽐낸다는 소식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봄꽃은 햇볕이 없으면 봄기운이 전해지지 않는다. 밝은 햇살속에 투명한 꽃잎이 전해주는 기운은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생기를 머금으며 일어서지 않는가!! 날씨가 흐리고 비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에 잠시 주춤하던 마음이 불같이 일어났다. 일요일은 현지 상황과 도로가 너무 복잡하지만 때를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3~4시간이 소요되는 먼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근거림과 설렘의 긴장감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지리산 치즈랜드- 승주군 선암사- 담양 미암매
선암사가는 길목에 수선화 동산이 있는 치즈랜드가 생각이 났다. 지금쯤 수선화가 만발했으리라....꽃도 사람도 활짝핀 봄날이다. 봄바람이 사납지만 꽃을 보기 위한 행렬은 줄기찬 인내심으로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샛노란 수선화가 싱그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꽃의 개화 상태가 80% 정도일때 느끼는 색감과 신선함이 최고이다.
함박눈 눈꽃송이를 생각했다. 작은 꽃송이가 얼마나 탐스럽게 소복하게 피었으면 거친 등걸에 눈송이를 달고 있는 것 처럼 보일까!!! 얼마전 다녀간 지인의 사진을 보며 한껏 기대를 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비례하는 법, 두근거리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앞 뒤 전각에 몇 그루의 매화가 활짝 피어 있었지만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지는 못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짝사랑이지만 올해는 더욱 마음이 허전하다. 600년 오랜 세월 해마다 찾아오는 것만도 반갑지만 풍성한 꽃송이를 기대하는내 바램도 어쩔 수 없는 욕심이다.
미암박물관 관장님의 안내로 박물관에 여장을 풀고 미암종택의 미암매를 보러 갔다. 연두빛과 분홍빛이 어우러진 언덕위의 종택은 종부 할머니의 손길로 봄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꽃을 가꾸는 아름다운 마음이 한적한 마을과 홀로사는 적적함을 이겨내는 힘이 되는것 같았다. 이 고즈넉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네 사람들은 번잡함을 반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은자의 풍요로움을 잃고 싶지않다는 유유자적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