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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코로나19, 봄을 김장하다

by 매화연가 2020. 3. 24.






코로나19, 봄을 김장하다

 

황여정

 

묵은지를 털어서

쌈을 산다

곰삭은 맛이

입에 착 감긴다

 

12번을 죽었다

삭힌 맛이라서

쌈을 해도 조림을 해도

척척 어울리는 맛이다

 

코로나 19

대구경북은 모두가

자가격리되었다

 

조금만 참자

견디자 하던 시간이

한 달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갑갑증에 입맛만

사라진 게 아니다

 

오늘은

책 읽으며 괜찮은 하루

오늘도 영화 보며

버티는 하루

내일은

묵은 청소하며 개운한 하루

내일도

내일도

코로나19는 세계를 공격하고

 

그동안

펄펄 끓는 하루가

내려앉기를 수십 번

 

노인들의 꾸부정한 발걸음과

조용히 조용히

스케이팅처럼 흐르는 자동차들

사이로

승객 없는 버스가

[휴업] 가게문을 스치며 지나간다

 

일생일대의

첫 경험치고는 너무나

짜고 맵고 캄캄한

항아리속

배추 같은 날들이다

 

꽃피는 봄날이

푹푹 저 혼자 익어간다

코로나19의 시간들

부디, 곰삭은 맛으로

잘 익어라

 

2020.3.24.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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