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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사랑,야생野生이었네

by 매화연가 2019. 10. 7.

[묏버들 가려 꺾어/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행여 밤비에 새 잎이라도 돋아나면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


[송별/최경창]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리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지 말라

지금도 궂은 비구름에 첩첩 청산이 어둡구나

 

[사랑, 야생이었네]

 

황여정

 

그대 가슴에

파고드는 살가운 바람

가을이 아득한 그리움의

날갯짓을 하네요

 

홍랑의 지순한 사랑은

세월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고

애달픈 무덤에 다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납니다

 

한 알의 밀알처럼

숯검덩을 입에 물고 젊음도 미모도

다 버리며 지켜낸 마음

헤아려도 헤아려도 모자라는

천근같은 무게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분실신고도 못하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 난감한 시대를 어찌하나요

 

버려도 버려지지 않고

다시 줍는 마음하나

사람들 가슴에 떠나지 않는 그 마음이

잠들어 있습니다

 

나도 사랑하고 싶다

 

한 계절 꽃피우고

꽃대궁 마른자리 흔적조차 없던 풀꽃이

다시 살아납니다

 

겨우내 언 땅에서 키운

그 숨결,

마르지 않는 샘으로

봄을 불러 꽃등을 키웁니다

 

강물 같은 세월 산 그리매 저문 날

그렁그렁 눈물속에 다시 피는 그대

사랑은 여린 풀꽃 야생입니다

 


      

묏버들 가려 꺾어 : 홍랑의 시조

송별 : 최경창의 시조


  

2019.10.7.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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