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하객이 없네
황여정
천지에
꽃들의 잔치가 시작되었지만
어느 곳에도 하객이 없네
산과 들에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건만
아,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네
골목을 서성이는 봄바람도
저 혼자 휘돌아나오는
고요가 슬프네
살다가도
이런 숨바꼭질은 처음이네
코로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모두가 숨어서 망을 보네
언제까지 도망을 가야 되는지
사람들은 아직도 모른다고하네
봄이 오면 강물이 풀리듯
대문밖으로 사람들이 나올줄 알았는데
이놈의 술래잡기는 세계를
넘나들며 끝이 없네
미안하다
봄에 피는 꽃들아
언땅속에서
쏙 고개를 내밀때도 감감해야했고
탱글한 꽃봉오리
탁 터지는 그 순간도
꽃그늘 아래 둥근 웃음 펼치지 못했네
언제 우리가 싸우기라도 했나
마음 상한 일도 없으면서
서로 외면한 봄날은
내생애 처음이다
2020.4.12.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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