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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여행

알혼섬, 바이칼의 성지

by 매화연가 2019. 2. 17.

2019.2.12. 10:00


새벽 3시에 이르쿠츠크 역에서 내려 메리어트 호텔로 갔다. 호텔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다. 한국을 떠나온 이후 샤워도 하지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한채 지내다 사흘만에 씻는 기분은 온 몸의 세포가 그대로 살아나는 상쾌함이었다.

잠시 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에  트렁크는 일단 호텔에 보관하고 간단한 짐을 배낭에 챙겨서 알혼섬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따뜻했지만 유리창은 얼어서 눈꽃이 피고 바깥 풍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계속 성애를 지우다가

나중에는 카드로 박박 끍어대었다. 돌아오는 길에 카드자국으로 유리가 손상되었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는 가이드의

부탁을 들었다. 강한 집념으로 누가 이기나 하는 것 처럼 유리창을 긁어대던 일행의 마음이 엿보였다. 에그그...

버스가 달리는 길 바깥 풍경은 야트막한 야산과 눈밭에서 마른 풀을 뜯는 말들과 광활한 설원이 몽골의 자연풍경을 연상케 했다.

길가에 자리한 성황당같은 돌무덤과 원색의 끈으로 묶어논 기원같은 것들도 흡사 몽골의 풍습과 비슷했다.

하기사 브리야트족은 우리 한민족과 유사한 점이 아주 많다고 하니 이런 풍경도 결코 낯설다 할 수는 없다.

가다 멈추다 하면서 저녁에 도착한 샤후르따 선착장에는 튜브가 달린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샤후르따에서 튜브배 를타고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 알혼섬으로 들어오니 사륜구동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는 4대의 자동차에 분승을 하고 숙소인 빌라말리나에 도착했다.

빌라말리나는 휴양지의 리조트 풍으로 깔끔하고 식당의 베란다에서 바이칼 호수가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객실은 나무향으로 쾌적함을 안겨 주었고 퍽이나 만족스러워하면서 단단히 챙겨 입고 알혼섬의 상징인 불한 바위의 일몰을 보러 나갔다.

불한바위가는 길은 숙소에서 멀지 않았으나 시베리아의 진수를 보여 주듯 아주 추웠다. 그러나 여기는 바이칼이 아닌가

영하 40도를 예상하고 왔는데 불과 영하 25도 정도라니 추위 맛을 제대로 봐야하지 않을까? 한국 관광객은 우리 일행 뿐이었으나 중국 관광객은

아주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추위속에서 불한바위와 바이칼의 일몰을 즐겼다.


새벽 3시에 도착한 메리어트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알혼섬으로 간다


유리창에 핀 눈꽃


브리야트족의 우스찌아르다 성황당에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고 기도를 하는 곳이다.

딱히 간절하게 빌어야 할 소원은 없지만 동전을 놓고 기도를 했다. 즐겁고 무사한 여행과 건강을 위하여

기도란 무언가를 빌고 싶은 마음이 일때 절대자에게 자기의  마음을 모아 중심을 단단히 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이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은 식당의 메뉴

감자와 당근과 닭고기가 들어간 스프는 부드러웠고 특히 감자를 으깨어서 쟁반에 데코레이션해 놓은 모습이 예쁘고 부드럽고 맛 있었다



휴게소 주변의 작은 마을은 외양은 제법 현대식 건물로 지은듯하나 울타리는 오래전에 우리나라의 시골 집처럼 나무로 둘러진 울타리다



샤휴르따 선착장에 도착해서 공기부양선인 튜브배를 타고 알혼섬으로 들어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생애 처음 타보는 빙상용 튜브배

얼음이 깨어져도 물위에 뜨니까 안전하다.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의 18개 섬 중 유일한 유인도이자 샤먼의 섬으로 징기스칸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라말리나 호텔에 도착해서 숙소가 배정되기 전까지 식당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즐긴다


시베리아의 오지 였던 후지르 마을이 어느 새 관광객의 급증으로 숙소와 사람들과 자동차가 늘어가고 있다.

놀라운 발전?에 머지 않아 원시의 바이칼은 관광객에 의해 본래의 자연을 잃지 않을까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수압이 약하긴 해도 기차에서 사흘동안 씻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이정도의 시설은 최상이라고 생각된다.





바이칼의 얼어붙은 호수를 생각하며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듯 설레임의 시간을 보냈다.

쾌청한 날씨와 건강한 몸과 마음이 그저 감사하다.


불한바위로 가는 시각은 일몰이 시작되는 시각이었고 일몰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멀리 바이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으로 해가 떨어지고 얼음판에서는 아직도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있고

추위는 볼을 따갑게 파고 들지만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저녁 무렵 바이칼 호수의 나무기둥인 ‘세르게’

세르게는 신성한 장소에 세워진 나무기둥으로, 소원을 적은 여러 색의 천인 ‘자아라’가 휘감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흡사하다.



해가 질때 까지 얼음판을 떠나지 못하는 관광객들.


알혼섬의 상징인 불한바위.

불한 바위는 세계적으로 영적인 기운이 가장 강한 곳 중에 하나로 유명하다. 아시아 대륙의 9대 성소 중 한곳이기도 한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샤먼들이 기를 받기 위해 찾는 곳이다. 또 샤먼 바위 아래에는 바위를 관통하는 길이 12m, 폭 4,5m의 동굴이 있는데 바로 이 동굴이 바이칼 샤머니즘의 최대 성소로 꼽힌다. 바이칼 호에 사는 대표적 민족인 브리야트인들은 이 동굴에 바이칼의 주인 '에진(эжин, 부랴트어로 신 이라는 뜻)'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에 이 동굴에서는 현재까지도 원시종교의 제사장들이 집안의 업보를 씻고 저주를 푸는 굿판을 벌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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