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8. 08:10분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타고 아침 8시10분에 동대구 복합 환승센터를 출발했다.
동대구에서 인천까지 순전히 혼자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시간동 안 실컷 잠을 청하며 달렸다. 오후 12시에 공항에 도착했으나 미팅시간이 오후 1시이기에 아직 시간이 이르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미팅 장소로 가니 이미 먼저 온 지인 몇 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내가 타고 가야할 비행기는
S7 556기 17D석이었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창문쪽을 선호했으나 오랜 동안 비행기안에서 견디어야 할때는
통로쪽이 훨씬 더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티켓팅을 할때면 늘 통로쪽 좌석 부탁합니다라고 한다. 출국 수속을 끝내고
면세점에 들러 한 두 가지의 화장품을 샀다. 사실 면세점에서 사는 물건들은 술이나 화장품을 제외하면 거의 필요한 물건이 없다.
일행이 있다는 것은 여행내내 편하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옆자리의 H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오니 금방 블라디보스톡에
도착을 했다. 저녁은 명가라는 한식당에서 먹고 시민광장과 금각교와 독수리 전망대의 야경투어를 하고 이른 새벽 기차를 탔다.
블라디보스톡의 밤은 추웠으나 극한의 추위는 아니었다. 밖에서 만난 차가운 밤공기에 노출되었다 버스 속으로 들어오니
"아, 따뜻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따뜻함의 온기가 주는 행복감은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기분이다.
종일 아파트의 난방과 자동차내에서의 온기와 건물마다 적절한 온기를 주기에 절대 차가움도 절대 따뜻함도 잊고 살았다.
오늘 처음 그 옛날의 시린 밤이 주는 차가움과 구들목이 주는 온기를 느껴보았다. "아,따뜻하다" 참으로 오랜 만에 해보는
정감어린 말에 어린 시절 겨울밤에 야참으로 먹던 무 구덩이에서 건져올린 무의 시원한 맛이 입속에 맴돈다.
블라디보스톡 역사는 정갈했고 그 밤 중에도 기차를 타기 위한 승객들이 많았다. 대합실에서 밤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아마도
관광을 위한 승객이 아니고 볼일을 위해 어디로 떠나 가거나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가는 일반 여객들처럼 보였다.
드디어 밤 0:51분에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서 이르크추크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2인 1실의 기차로 예약이 되어서 다소 공간은 있었으나 커다란 트렁크는 참 불편했다.
그래서 사흘간의 일용품을 다 꺼내어두고 짐이 가벼워진 트렁크를 위로 올리니 한결 실내가 여유로웠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덜컹거리는 소음에 적응치 못해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날것 같았다.
어쩌나!! 내가 선택한 일이니 내가 즐겨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머리를 뉘이고 잠을 청했다.
덜커덩 덜커덩 밤내내 기차는 달리고, 피곤에 절은 나도 잠이 들고 어느새 일출의 여명을 보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의 일박이 지나갔다.
블라디보스톡공항에 도착해서 다음 일정을 기다리며...
저녁 식사 장소인 명가 한식당. 러시아에서는 뜨거운 물은 마음껏 제공하나 일반 생수는 모두 돈을 지불하고 사 먹어야 한다
러시아에서 먹는 첫 음식
식사후 시내 관광으로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시민 광장이었다. 대체로 시가지는 어두웠고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없다. 아마도 너무 추워서 인가?
광장에서 20여분동아 있었더니 몸이 차가워 졌다. 아 이제 러시아의 겨울을 맛보나 보다 생각하며 서둘러 버스에 오르니 정말 따뜻했다. 아주 기분 좋은 느낌!!
시내 관광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톡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일행과 일반 승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탑승
열차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는 너무 조촐하고 맛이 없어서 이런 식사로 사흘릉 견디나 걱정했다
기차 안은 덥고 좁고 덜컹거리고 사람들은 각 객실에 두 명씩 룸메이트와 함께 이야기하고 식사하고
아직 일행들과의 인사도 없어서 조금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정차하는 역에서 잠시 환기를 하고 올라 탄다
드디어 가장 오래 정차(70분)하는 하바로프스크 역에서 내려 역 광장 밖으로 나와 기념 촬영하고 역 주변을 관광했다.
바람이 없는 추위는 뭐랄까 얼음물에 잠기듯 서서히 냉기가 스며들고 차가움은 시리다 못해 따갑다. 하지만 두터운옷으로 이미 강추위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4~50분간을 역 광장에서 사진찍고 이야기 나누며 혹한의 추위를 맛보고 있었다.
저녁때 부터 기차내 식당칸에서 식사를 한다 .
오랜 만에 맛보는 샐러드도 신선했지만 객실에서 답답하던 마음이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어 한결 편하고 좋았다.
라라의 테마도 없고 눈보라도 없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서 나 혼자 설정한 그림같은 풍경과 스토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참 살아가는 일들이 자기가 만든 환상속에서 즐기기도하고 울기도하는 허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스쳐가는 자작나무와 눈 덮인 설경에
아쉬움을 달랜다
식당칸은 한 객차가 열려있는 공간이라서 숨통이 트였다. 객실에서의 폐쇄공간에 답답함을 느끼던 내게는 식당칸에서의 식사는 여유롭고 좋았다.
무한정 제공되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수통.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물을 보충해서 사용한다
객차내의 화장실은 한국에서의 기차에서 볼 수 있는 화장실과 흡사했으나 모든 수분이 얼어붙기 때문에 기차가 정차하는 역마다 차장이 내려서 망치로 얼음을 깬다.
그 쾅쾅거리는 소리는 대단히 크고 밤이거나 낮이거나 추위속에서 얼음을 깨는 차장들은 모두 여자였고 러시아에서는 여성이 더 강하다고 한다.
러시아의 개는 모두 순둥이로 사람을 만나면 먹이를 얻기위해 접근했다가 먹이가 없다 싶으면 이내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신사적이다.
답답함을 잠시 즐기며 객차 복도에서 스마일..
얼마나 추울까 시험해 보며 잠시 실내복을 입은채로 기차가 정차할때 내려봤다. 참을만 했다. 아주 잠간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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