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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여행

아, 그곳에서

by 매화연가 2019. 2. 17.

2019.2.13,10:00


가슴이 떨렸다.

드디어 바이칼의 얼음판을 자동차로 달리는 날이 왔다.

사륜구동 자동차가 바이칼의 얼음위로 들어갈 때 덜컹하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떨렸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이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 떨림속에 잠시 말을 잊고 깊이 깊이 빠져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깥에 붉은 여명이비쳤다. 혹시나 하고 일출을 기대하며 카메라를 챙겨들고  호숫가로 나갔더니

이곳은 서쪽이라서 일몰은 가능하나 일출은 볼수 없다고 한다.

잠간의 노을로 하늘이 붉어 지더니 이내 푸른 빛으로 밝아왔다. 그러나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을 본다는 일은 상쾌하다.


알혼섬에 사는 브리야트족은 탄생설화나 민간 풍속이 한민족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아침 식탁에 차려진 한대접의 숭늉과 생채들을 보며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



빙상투어를 위해 빙판으로 달려갈 자동차  4대가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다


인적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동네 개들은 덩치가 크고 순하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한듯 손이 호주머니 근처에 가면 어슬렁  달려와 먹잇감이 있나 쳐다본다.


파도가 얼어붙어서 생긴 고드름이 장관을 이루는 하란츼 섬에 내렸으나

중국인들이 고드름 동굴을 독점해서 사진을 찍느라 도무지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저들과 함께 하면 종일 장소가 중복될것 같다고 가이드가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호수위인가 눈내린 들판인가 구분이 안된다.이 짜릿한 맛을 겨울이 아니고는 경험할 수 없다.

몇년전에 바이칼 여행을 가려고 하니 안내문에 영하 30도라는 말을 보고 놀라서 포기를 했다.

하지만 바이칼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옷만 많이 입으면 춥지 않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생각만큼 춥지 않다는 말을 믿고 따라 왔다.

눈내린 들판에서 햇볕을 쬐듯 쾌청한 날씨는 바이칼의 봄날씨라고 할 정도로 영하 15도란다.

정말 춥지 않다. 상의는 히트텍 내의와 면으로 된 목티와 바람막이가 있는 쉐타에 거위털 패딩을 입고

바지는 거위털 바지에 레깅스와 발목 잘린 일반 스타킹을 신었다.

문제는 신발이었는데 양말을 두 개 신을수도 없고 털이 있는 방한화도 아니다. 제일 걱정이 되는 발 문제는 발가락 앞부분에 발등쪽으로 핫팩을 붙였다. 

발바닥에 붙이면 걷다가 핫팩이 터진다기에 발등쪽으로 발가락 부분에 붙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종일 있어도 발이 시리지 않았다. 물론 바람이 없어서 손도 시리지 않았다.

영하의 온도에서 종일 춥다 소리 한 번 안하고 놀다니...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날씨도 한 몫을 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빙판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달리던 1호차가 잠시 고장이 났다. 우리 차도 같이 멈추어서 대기를 하고 2,3호차는 계속 앞으로 가버렸고

그러는 동안 그것도 잠시의 인연이었다고 4호차 탑승 일행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ㅎㅎ

방한화를 못챙겨 오신 H님의 신발. 저 신발로 빙판을 종일 견디신다.  발이 시리지 않으시다면서.

사실은 집에서 출발할때 신고오신  방한화가 발바닥이 떠들석하고 분리되어서 공항에서 본드를 사서 붙이려고 했으나

본드 용량이 기내 액체 휴대용량을 초과해서 어렵게 구입한 본드를 압수 당하심.


이터널 선샤인에 빙판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보기라는 장면이  있다기에 얼음판에 벌러덩 누워서 흉내를 내어 봤다.

하지만 카메라의 렌즈가 평면각이라서 기대효과에 미치지 못함. 렌즈각을 하이샷으로 높이 올려야함을 말해주지 못한 불찰은 순전히 내몫이다.


빙판의 반영은 그런대로 살려된듯...

얼음위의 명상이란 주제를 생각했지만 엉덩이가 차가워서 일그러진 표정이 역력하네


꽁꽁 얼었다. 저 끝까지



모자도 2개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싸매고 막아낸 추위, 종일을 얼음판에서 잘 견디며 놀게해준 최고의 장비이다

장갑은 더 크고 두꺼운 스키용장갑이 필요하고 방한화도 솜이 달린 크고 미끄럼방지가된 신발이라야 얼음판에서 편하게 오래 놀 수 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깨어진 채로 쌓여있다.

영하40도의 추위는 순간을 얼어 붙게하고 그 자리에 멈추게 만든다. 언제 어떻게 깨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두꺼운 얼음덩이들이

빙판위에 얼음 조형물처럼 얼기설기 쏫아있다. 얼음을 손으로 두들겨 보면 세상 어느 악기보다 맑은 소리가 난다



바이칼 호수에 살고있는 오물은 민물고기로 우리나라 명태처럼 담백한 맛을 내는 생선이다.

빙판에서 먹는 점심은 자동차 운전자가 준비해온 오물과 감자등 야채로 빙판에 모닥불을 피우고 지리탕을 끓여서 준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설마 얼음판에서 모닥불을 피우다니 하며 믿지도 못할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모닥불의 흔적도 두꺼운 얼음과 추위속에서는 끄떡도 없다.






우리차에 탑승한 일행의 장갑!!

어쩌다 장갑을 챙기지 않아서 양말로 손을 감싸고 있다.

장갑은 방한이 잘되는 스키용장갑으로 크고 두꺼운 것. 신발도 안에 털이 들어있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며 다소 헐렁해야 양말을 두 개 정도 신을 수 있음

바이칼 여행의 중요 포인트는 옷과 신발과 장갑과 모자와 썬글라스를 잘 챙겨와야 추위를 견딜 수 있다.



얼음을 뚫고 바이칼의 생수를 퍼올리다



빙판에서 본 불한바위의 모습





석양의 황홀한 빛이 불한 바위와 세르게를 물들이면 저절로 신성한감이 차오른다.

모두가 얼어붙은 땅에서 저녁이면 황홀하게 물드는 불한바위를 보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신성한 마음이 브리야트족들의 마음에 새겨지지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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