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 수요일. 10:00 대구스타디움 출발
지난 연말부터 별르던 일이다.
계속 날씨가 추워서 미루다 오늘은 다른 일 다 접어두고 백양사로 간다.
애초에는 혼자가기로 작정을 했으나 백양사를 가고 싶다는
J의 말이생각나서 함께 가기로 했다.
길을 떠날때는 혼자가는 것이 좋다.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대화나
운전을 하면서 얻는 단상들이 방해받지 않고 고스란이 내것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자 떠난다. 혼자 갔다 돌아오는 길은 내 안에 차오르는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어 더없이 그윽하다.
오늘은 봄날처럼 날씨가 좋다. 이런날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어디서던지
꽃봉오리가 봉긋봉긋 열리겠다.겨울여행의 묘미는 이러하다. 차안에는 온실처럼 따뜻하고
창밖에는 겨울나무가 성자처럼 묵묵하게 제자리에서 기도를 올리고 천지는 다 고요속에 잠겨있다.
그 많던 행락객들도 그 많던 꽃과 초록과 단풍도 다 사라진 들판에는 빈 바람만 서성이고 있다.
침묵에 잠겨 있지만 서글프지 않고 옷을 벗었지만 삭막하지 않음은 안으로 안으로 꿈을 키우는
자연의 섭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처럼 피어나는 봄을 안고 있는 이 겨울의 고요는
정말 아름다운 고독이다.
백양사 까지는 참 멀다. 휴게소에 들러서 차도 마시고 잠시 숨도 고르고
그렇게 그렇게 갔어도 3시간이나 걸렸다. 오늘은 옆에서 이야기하고 차마시고
밥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지의 기운이 모든걸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은 날이다.
절간에 도착하자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약간의 설렘과 긴장이 인다.
정면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숨을 고르고 한 걸음 먼춘 후에 먼 빛으로 인사를하고
다가간다. 참으로 튼실하게 겨울을 잘 견디고 있다. 가지 마다 앙다문 봉오리가 가득하다.
연인을 만나듯 반갑고 설레고 조심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다 들어있다.
들어갈 때 한 번 보고 인사하고 법당에 들어갔다 나와서 다시 한 번 더 보고 사진찍고
경내를 둘러보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떼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