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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사진과 글

연지에 비 내리다

by 매화연가 2016. 7. 26.

2016.7.25. 12:00. 유등지


유등지 연꽃이 끝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벌써 그 너른 연지에 꽃들이 피고지고 끝이났나?

그래도 연지 가득 하늘을 안고 있는 연잎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유등지로 갔다.

그런데 연지에 봉긋봉긋 연꽃이 만발이다.

아하! 그애들이 유등지에 들린 시각이 오후였다. 그러니까 연꽃들이 입 다물고 다소곳이 쉬고 있었나보다.

늘 저쪽 청담갤러리 창가에 앉아서 보던 연꽃을 오늘은 반대편 정자에 올라갔다.

정자에 오르자 마자 세차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일시에 연지는 운무로 뒤덮이고 연잎이 파닥이며 일어선다

바람에 쏠리는 연잎의 군무는 온몸으로 끼를 발산하는 힘찬 몸짓이었고

쏟아지는 비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이었으며 연지를 쥐락펴락 춤추게 하는

마에스트로의 손짓이었다

이런 신나는 무도장을 본 일이 있는가?

이렇게 빗물에 젖어드는 환희를 본적이 있는가?


연지에 비가 내리면

꽃발을 세우고 일어서는 저 푸른 함성

연지에 바람이 불면

온몸을 뒤척이며 춤추는 저 환희의 몸짓


자욱한 운무속에 

생각의 마디 잠금이 해제되고

연지속에 마음을 풀어놓는 이 기쁨

비오는날 연지에 가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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