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15.
목포에서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백련사 초당길을 걷고 진도에서 묵는거다.
백련사는 동백꽃이 만발할 때 그 꽃을 보러와야 하지만 두 번째 오는데 이번에도 꽃은 다지고 없다.
동백은 피는 시기가 지역마다 다르다. 12월서부터 피는가 하면 4월까지 피는 곳도있다.
아무튼 선혈처럼 뚝뚝 떨어진 동백을 보거나 짙푸른 잎사이사이 수줍은 열정처럼 매달린 동백을 보고자 했으나
남해에서도 여수에서도 제주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동백을 보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동백은 제 때 보지못해도 이번에는 초당길은 꼭 걷겠다 다짐을 했다.
오솔길이 주는 정감도 있지만 그보다 다산이 말벗을 찾아 넘었다는 그 길을 걷고싶었다.
오롯한 산길을 걸으며 말벗을 만난다는 기쁨에 두근거렸을 마음.
요즘에는 손가락만 움직이면 지구 어디에 있던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할수 있으니
그리움이나 기다림을 품을 수 없다.
전화국에가서 시외통화 신청을 하고 교환이 전화를 연결해 주면 지정된 전화박스에 들어가서 통화를 하던 시절.
그 때는 전화국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보다 꼭 전해야만 하는 강렬한 욕구가 더 강했고 전화기 선을 타고 흐르는 음성으로
상대의 감정까지 다 읽어내던 시절이었다.
그리움과 반가움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던 시절이었다.
문을 열어놓고 혜장을 기다리던 다산의 마음은 솔바람에도 귀가 쫑긋거리고 혜장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면 그 기쁨은
산들바람처럼 온몸을 휘감았을 것이다.
봄햇살이 나무잎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새 순이 샘물처럼 투명하게 맑다.
마음과 마음이 건너던 길에서 눈물나게 봄을탄다. 오늘
백련사 동백 숲길에서
떨어져 누운 사랑을 줍는다
아프지 마라
꽃은 피었다 지는 거란다
눈물도 흘리지 마라
꽃진자리 바람은 흔적도 없는 거란다
동백꽃 붉은 사랑이
온몸으로 드러눕는 봄날
강진만 건너온 바람이
숲속에서 봄을 다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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