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1
비가 내린다.
고속도로는 명절처럼 자동차가 가득하다
바쁠 건 없지만 빗길에 체증까지 겹치니 답답하다
원주시내에 들어서니 강원도답게 도로에서부터 물씬 가을의 향기가 짙다
넓고 한적한 도로에 단풍잎을 드리운 나무가 빗물에 더욱 색이 곱다
사색하는 남자 같은 품위를 느끼게 하는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박경리문학공원
朴景利는 선생님의 친필 서명, 서체에 멋이 스며있다
내가 본 영정사진 중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 사진은
텃밭에서 일하시다 찍은 모습인데
가을볕이 노 작가를 한 그루 거목처럼 보이게 한다
아무에게도 내어주지 않은 오직 선생님만의 공간 집필실
박완서 선생님이 오시면 머물렀다는 방
그 시절 창으로 보이는 치악산은 이제 큰 건물들이 가려서 볼 수 없다고...
넓은 정원에 자리잡은 나무들이 그간의 세월을 말해 주듯 의연한 고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월이 익으면 나무들은 품위가 짙어지고 사람들은 주름이 짙어지고.....
유난히도 붉고 잎이 큰 담쟁이가 빗물을 머금어 더욱 윤기가 흐른다
어디로 갈까
잠시 삶이 서성거리는 날
또 다른 사람의 생애를 엿보고 싶다
서럽도록
외로운 날들을 지키며
야생처럼 거듭거듭 키워온 나날
삶의 흔적을 진주처럼 남기고 간 사람
내 지난 날의 눈물은
지금 어디서 마른 흔적을 지우고 있나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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