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5.13. 13시 출발
시립박물관에서 출발하면 데케이 설악호텔까지 410km거리다
꽃도 단풍도 예쁜 새순도 없는 어중간한 계절이지만
골짜기 흐르는 물소와 그 바람에 젖고 싶다는 생각 불현듯 일어나 길을 떠났다.
평일 한낮의 도로는 조용했고 신록은 어느 새 무거워져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자주 쉬면서 여유있게 갔더니 거의 5시간 걸려 호텔에 도착했고 성수기가 아니라 조용하고 전망좋은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쉼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였다. 단지 템플 스테이처럼 설악산 단지내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닐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해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아름답고 산의 정기가 넘쳐흐르는 산. 역시 최고의 명산답다
아직 제자리 찾아 다리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빈 의자가 바람소리 더불어 더 안쓰럽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의 빈 주머니 눈에 보이는 듯...
계조암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
산행이 힘든게 아니라 바람이 발목을 잡아 울산바위까지 오르기 힘든 날이다. 바람이 너무 불어 날아갈 것 같은 날이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바람.
철제 난간을 손목이 아프도록 꽉 잡고 서 있었다 날아갈 것 같아서. 정말 무서웠다
저 바위에 붉은 노을이 물들면 더 아름답겠지만 어디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가 그리 쉬운가. 더 이른 봄에 다시 시간 맞추어 오겠다는 생각.
견디다 못해 쓰러진 고사목과 바위틈에 생명줄을 박고 있는 나무 한 그루. 생명은 절대 포기해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존엄함을 보여준다
중간에 몇 번인가 포기하려다 올라온 기쁨을 저 아래 펼쳐진 속초 시가지가 다 보상해 주는 느낌.
정말 탁 터진 시야가 시원하고 상쾌하다
바람에 날려갈 것같아 정상에 오르기가 무서운데 산악구조대원이 운영하는 바람막이 찻집이있어 다행이었다.
씩씩한 목소리로 "다 왔습니다. 정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진 찍어 드리겠습니다.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산의 정기를 받아서 인지 목소리가 힘차다. 올라올때의 피로감이 싹 달아난다. 더 재미난 건 <외상됩니다>
정말 궁금한건 외상 차 마시고 가서 계좌이체 해줬는지? 5000원
아주 느리게 천천히 올라가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몇 번이고 잘 올라왔다는 생각...
정상이 얼마나 가파르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언제쯤 이 길이 끝날까 걷다 멈추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올라갔고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시야가 얼마나 시원하다는 것을 몰랐기에 포기하지 않고 올라 온 기쁨이 더 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