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5.6 초파일 구례화엄사
8시전 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절은 가깝게는 구례, 순천, 광주에서 신도들이 오고
멀게는 서울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다.
전날 밤 동숙하게 된 룸메이트도 서울에서 왔다고 한다.
아침에 떡 공양하는 것 봉지에 넣는다길래 잠간 봉사를 했다.
10시 법요식은 각황전에서 거행되었고
주지스님 봉축사와 조실 스님 법문, 내빈 축사, 장학금 전달 순으로 진행되었다.
내심 이 큰 절에서 좋은 말씀을 듣고 일 년동안 마음의 양식으로 삼겠다고 꿋굿하게 자리잡고 기다렸는데
이미 작성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활자를 읽는것과 눈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하는것과는 전달의 힘이 엄청 다르다.
맥 빠지는 이 느낌을 어쩌랴. 그래도 절간이니까 원망하거나 섭섭함을 지니지 않으려 애썼다.
꽃잎 붉던 흑매에 꽃은 사라지고 푸른 잎이 가득하다
꽃이 한창일때 저 나무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렸나. 꽃의 기억이 사라지고 잎이 무성해지니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다.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변하고 주변이 그에 따라 같이 변한다는 느낌. 세상 이치가 주는 교훈을 오늘 이 흑매 앞에서 느껴 본다.
춤을 추듯 자연미가 풍기는 보제루 기둥. 예전에는 그냥 보아 넘겼지만 이 기둥의 유래를 알고 난 후 부터는 더 친근감이 갔다. 주전각으로 들어가는 통로 기능을 가진 곳이지만 낮은 기둥때문에 옆으로 돌아가게 문을 따로 만든 건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한다.
보제루: 법요식때 승려와 신도들이 집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강당
구층암에는 아직도 동백이 꽃술을 물고 남아있다.
구층암 모과나무 기둥
멀리서 바라보는 길상암
연기암의 문수전
연기암에서 내려다보는 신록의 아름다움
골짜기 절간에
봄빛에 환하게 피는 꽃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손에 손잡고 등을 밝히며
마음을 닦는 사람들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 자녀들 손 잡고
친구와 삼삼오오 초파일은
모두가 꽃이 되는 하루다
오늘처럼 마음을 열고
오늘처럼 화기넘치게
오늘처럼 간절한 소망을 키우는 날들이 되기를
꽃등 밝은 빛에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