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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여행

불일암가는 길

by 매화연가 2010. 3. 23.

 

 

 3월 13일 법정 스님 다비식이 있는 날

송광사에 가려고 했으나 팔뫼향 산행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라 가지못했다.

늘 미루어 둔 숙제처럼 가야겠다는 마음이 떠나질 않았고

21일은 결혼식도 모임도 없는 날이었다. 때마침 아침에 일어나보니 황사와 바람으로 흐리겠다던 날씨는 가을하늘처럼 청명하게 맑고 푸르렀다. 

10시20분 월드컵 경기장에서 출발해서 구마고속-남해고속으로 갔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생각보다 도로는 밀리지 않았다.

남강휴게소를 지나  1시경에 섬진강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2시경에 송광사에 도착을 하니 생각보다 자동차와 인파는 많지 않았고 오후 햇살이 아주 맑고 따뜻했다. 봄기운이 감도는 냇가와 물소리가 정겹기만했다.

 

매표소를 들어서자 절에서 가장 먼저 맞아준 만개한 매화꽃.

너무 반가워 다가가서 코끝으로 향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었다. 해마다 매화를 여러번 가까이서 봤으나 그 향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내게 그 은은한 향을 내어 준다. 여러번 가지를 코끝에 대고 향을 음미해 본다. 마음을 줄듯 말듯한 여심처럼 향이 느껴지는듯 아닌듯 여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불알암 가는길 안내표시

 

불일암과 스님을 소개할때 마다 보여주던 대숲 우거진 길

 

 

스님께서 드나드시던 암자 들어가는 문. 오후3시의 햇살이 댓잎에 쏟아지는 봄날이다

 

 

 손수 채소를 가꾸시던 텃밭이 주인의 일손을 기다리듯 다소곳이 엎드려 쉬고 있다.

씨뿌리고 밭을 일구고 갖가지의 채소가 산이슬 맞으며 자랐을 텃밭을 보며 스님의 암자 생활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손님맞이 차실에 가지런히 쉬고 있는 찻잔들.

    

아! 사진으로 보던 저 걸상. 딱 한사람의 체중만 담을 수 있는 간결하고 균형잡힌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아름다운 걸상. 스님을 가장 많이 접했을 걸상이 저홀로 오후 햇살에 고적감을 달래며 조문객을 맞고 있다.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고무신이 댓돌위에서 다시금 받들 수 없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생이여 빈고무신 홀로 두고 너는 어디에 가고 없는가?

 

 꽃과 바람과 물소리를 즐겨 들으시던 스님뜰에서 꽃봉오리 열림을 반겨줄 주인은 떠나고 없는데.... 그래도 매화 꽃봉오리 열리며 봄은 오고 있다.

 

연기빠져 나가는 굴뚝하나에도 정이 담긴 스님의 마음. 곱고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스님의 뜰에 홀로핀 매화와 산수유. 보고 즐기기엔 족한 딱 한그루씩이다

 

 

 

 암자 입구에 그림처럼 서 있는 해우소. 냄새나는 뒷간이라기보다 지붕이며 대나무 가림벽이 단정하기만 하다.

 

청산과 머루다래를 접하며 살아가신 스님 

 

 겨울땔감 장작더미가  같은 두께 같은 길이로 채곡채곡  쌓여있다.

 

 솥과 아궁이와 부뚜막이 있는 정지간.

 

 암자에 앉아 내다보면 눈앞에 푸른 대숲이 청정하고 먼산이 가슴에 안기는 것 같은 오래 동안  잊혀지지 않을 정말 아늑한 자리다.

산이 나를 에워싸고 또한 내가 산을 안은 듯한 자리이다.  

 

  노란 수선화가 암자의 봄빛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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