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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꽃밭에서

by 매화연가 2008. 5. 13.

         

 

 

꽃밭에서

 

황여정

 

담장밑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조그만 꽃밭에
마른 풀대궁 부시시 흩어져 꽃진자리 알린다.

묵정밭 같은 꽃밭에
바람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초록의 숨소리

꽃이 피기까지 기다림의 세월은 아득하여도  
피고지는 꽃향기는 또 한  계절 열고 닫으며 흘러간다

간질간질 종기처럼 돋아난 매화 꽃망울이 터지고
동백꽃 겹겹이 꽃잎 펼치며 피어나더니
겨우내 솜털속에 숨겨논 목련 꽃망울 눈이부시고
라일락 꽃송이 별처럼 하얗게 향을 날리는데
불꽃처럼 피어나는 영산홍 꽃무리 바위틈새 넘쳐나네

모란은 어느 새  여왕같은 자태로 당당하게 피어나고
작약은 아직 앙다문 꽃봉오리 열리지 않은채
은방울 꽃대롱 피어나길 기다리는데
상사화 긴 이파리 꽃대  기다리다 지쳐 쓰러진다.

지난 겨울 묵정밭 같은 꽃밭이

꽃바톤 이어달리기로 꽃물결 흐르는데

틔우지 못한 씨눈들이 웅성거리는
마음밭 귀퉁이  봄햇살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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