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너머 잠든 세월
황여정
잊고자 한다고 그리 쉬 잊을 수 있던가
잠들고자 한다고 그리 쉬 잠들 수 있던가
화산처럼 솟구치는 불길이 몇 번인가 터지고
덜 아문 딱지 떼어낸 자리 핏물 흐르듯
여러 번의 아픔이 반복되고 나면
굳은살 돋아나 아픔을 가라앉히듯
봄 들판에 피는 저 꽃들
겨우내 땅속에서 잠드느라
몇 번쯤 뒤채며 자다 깨다 했을까
한 번 쯤 온전히 버리고
죽은 듯 겨울나는 들풀처럼 될 수 있다면
어느 봄날 길모퉁이에 다시 봄꽃으로 피어나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며 별을 헤겠지
피는 꽃 바라보며
꽃너머 잠든 세월 맘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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