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6. 문수암 - 학동마을 -소을비포진성
날씨가 따뜻하다. 추울까봐 껴 입은 옷들이 무겁다. 아직 봄을 노래하기는 이르지만 눈은 벌써부터 봄을 기웃거린지 오래다. 어디 푸른 기운이 돋나? 새싹? 꽃 망울? 아, 산책길에도 쑥은 돋아 났었지.따뜻해진 날씨때문에 시야는 흐리다. 한려수도 조망을 기대한 문수암에서 우리는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간이 안되는 희뿌연 공간을 아쉬워 하며 담장이 아름다운 학동마을로 내려왔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 집 뒤로 매화가 피었다. 나 여기 있어요. 봄을 전해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환하게 웃으며 매화꽃이 반긴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있는 이 계절의 길목에서 어쩌자고 가장 먼저 피어나 와롭게 봄을 맞이하고 있나? 그래, 우리가 왔다. 매화꽃 가지마다 꿀벌처럼 매달려 향기도 취하고 사진도 찍으며 매화사랑에 빠져들었다.
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네!!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명당터인 학동마을은 진주최씨 최필간의 고택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이 생기기전에 이곳은 아주 척박한 땅이었다고 한다. 집터와 밭을 일구기 위하여 수많은 돌을 캐내며 땅를 고르고 마을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학동마을의 담장은 수태산 줄기에서 채취한 납작돌을 이용하여 황토를 바르고 층을 쌓아서 만든 고유한 특징을 가진 담장이다. 학동마을의 담장이 군위 산수유 마을 의 돌담과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의 담장이 허물어 지고 새로 담장을 쌓아야 하는데 이미 마을에는 담장을 쌓을 어른들이 없다.요즘은 전국적으로 담장을 보수하는 업체가 생겨서 그 마을의 특징을 찾아볼 수는 없고 모든 돌담장이 획일화 되어 가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한다.
담장의 윗부분은 보수한 담장이고 아랫부분은 원래의 돌담장 모습이다. 돌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있는 아래의 모습과 흙과 돌을 섞어서 담장을 마무리한 모습에서 본래의 담장과 차별화가 된다.
애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왜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솟구칠까? 한때는 올림픽 금메달 시상식에서 울려퍼지는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아무튼 애국이라는 말에 남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왜그런지 나도 모르지만 그렇다.
서비정은 최우순선생의 애국심을 기려 세운 정자라고 한다. 일제 강잠기에 동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쪽에 터를 잡고 서쪽에서 늙어 죽겠다고 작정을 하고 아호를 청사에서 서비로 고쳐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무도 돌보는 이 없어 잡초만 무성하고 한 그루 매화는 늙고 병약해서 몇 송이 꽃을 피우는데도 힘겨워 보였다. 흥겹던 봄이 갑자기 마음이 아프다.
남쪽 지역에 오면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조선을 괴롭히던 왜구의 흔적을 곳곳에서 본다. 소을비포진성도 조선전기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축조한 성이라고...
석방림을 지나는 길에 뜻밖에 생생정보통신 방송 촬영 현장을 보게 되었다.
물때 따라 흘러 들어온 고기가 갇혀서 못나가는 석방림. 지금은 체험학습용으로 사용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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