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6. 동변동 10시출발
장거리 여행인데 모처럼 운전대를 젊은 아우에게 넘기고 나니 한결 마음이 느긋하다.
남원 숙소에 들리기전에 산천재 남명매를 보고 가자는데 모두 동의했다. 남사예담촌은
산천재 가는 길목이라서 덤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몇 해전에 여러 번 찾아왔다가 원목이 죽고 난 뒤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우연히 원정매를 볼 수 있다니 감격이다. 새끼 매화가 화사하게 꽃망울을 달고 있다.
참 반갑고 기쁘다.
고매가 피는 3월말경에 찾아오면 늘 꽃이 다 지고 난후라서 아쉬웠던 남명매다. 올해는 3월 초에 서둘러 왔으니
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꽃이 활짝 피어있다. 비가 와도 좋다. 호젓하고 한적해서 더 좋다.
원정매는 단성면의 남사예담촌의 하씨고가 사랑채 앞뜰에 있으며 고택의 주인이었던 고려후기 문신인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시호인 ‘원정’을 따서 원정매라 이름 붙었으며 원래의 나무는 2007년에 고사했다.
하씨고가에는 원정매 말고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감나무가 있다. 하즙의 손자 하연이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 홍시를 드리기 위해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이 나무는 수령 639년으로 추정된다.
남명매는 시천면 산천재(山天齊) 앞뜰에 있다. 산천재는 조선중기의 대학자 남명 조식(1501~1572)이 말년에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그는 퇴계와 함께 영남학파의 거두로 추앙받으며 벼슬에 여러번 제수됐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1561년 환갑의 나이에 산청에 와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산천재를 짓고 매화나무를 심었다. 그의 호를 딴 매화나무는 수령을 따지면 450년이 넘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봄이면 어김 없이 꽃을 피우고 짙은 향기를 뿜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