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우체통*
가을바람에 몸을 흔들며
느릿느릿 걸어온 기차가 멈추면
플랫폼 가득 코스모스가 반기는 간이역
여름을 건너온 거친 숨결이
숨을 고르는 계절, 가을
길 따라 나선 서정이 한갓지고 맑다
제 속을 열어야 피울 수 있는 꽃처럼
켜켜이 묵은 이야기 툭툭 던져야
가을이 필 것 같아
조그만 간이역 우체통속에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아가야
네 눈망울 속에 봄 햇살이 놀고 있구나
온갖 몸짓과 옹알이로 채운 웃음
그 웃음으로 울타리를 만들자
이미 유년기의 막을 수 없는 울음으로
나는 인간의 존엄을 챙겼다 생각한다
수풀처럼 푸름에 젖어들어
땀 냄새로 여름을 견디고
문득
다가선 이 가을 앞에
나는 가진 것이 없구나
그래
꿈은 씨눈 속에 있었고
싹은 꿈속에 있었고
꽃은 다 버릴 때 피었다
지금 너는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코스모스로 피어 한갓지고 아름답다
2016.10.4. 9:56
*코스모스 우체통: 편지를 써 넣으면 1년 후에 배달해 준다는 북천역에 있는 기차모양의 작은 우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