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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코스모스우체통

by 매화연가 2016. 10. 4.





코스모스 우체통*

 

가을바람에 몸을 흔들며

느릿느릿 걸어온 기차가 멈추면

플랫폼 가득 코스모스가 반기는 간이역

 

여름을 건너온 거친 숨결이

숨을 고르는 계절, 가을

길 따라 나선 서정이 한갓지고 맑다

 

제 속을 열어야 피울 수 있는 꽃처럼

켜켜이 묵은 이야기 툭툭 던져야

가을이 필 것 같아

 

조그만 간이역 우체통속에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아가야

네 눈망울 속에 봄 햇살이 놀고 있구나

온갖 몸짓과 옹알이로 채운 웃음

그 웃음으로 울타리를 만들자

이미 유년기의 막을 수 없는 울음으로

나는 인간의 존엄을 챙겼다 생각한다

수풀처럼 푸름에 젖어들어

땀 냄새로 여름을 견디고

문득

다가선 이 가을 앞에

나는 가진 것이 없구나

 

그래

꿈은 씨눈 속에 있었고

싹은 꿈속에 있었고

꽃은 다 버릴 때 피었다

지금 너는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코스모스로 피어 한갓지고 아름답다 


2016.10.4. 9:56

 

*코스모스 우체통: 편지를 써 넣으면 1년 후에 배달해 준다는 북천역에 있는 기차모양의 작은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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