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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사진과 글

꽃, 웃음이 핀다

by 매화연가 2016. 1. 18.

 

겨울이 끝자락을 보일 무렵이면

마음은 벌써 천지사방으로 나돌아 다닌다.

어디메서 꽃망울 터뜨리고 있으려나

아직 봄이 이른데 마른 가지에 다소곳이 피어오른 꽃망울하나

매화!

그 향을 찾아 봄이 오기도 전에 길떠나는 마음

 

 

매화꽃, 겨울을 보내다

 

황여정

 

 

뒷모습은 언제나 아련하다

 

모진 세월도 지나고 나면

무채색의 풍경으로 저장되는 흔적일 뿐

 

아침 햇살에 끝자락을 말리는 겨울은

안개 속 풍경처럼 여리다

 

나무들은 아직

내밀한 언어를 감추고 있는

 

지금은 섣달그믐 같은 순간

나직한 소리로 부르는 별리의 노래

 

매향이 봄을 다듬고 있다

 

순매원은 경부선 기찻길 옆에 있는 매화 농장이다.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면 경부선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기찻길 옆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비탈에 선 매화나무와 한폭의 어울리는 풍경이 되는 곳이다.

처음 사진작가들에 의해 매화사진 출사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하던 곳이

지금은 봄이면 매화축제를 열어 전국에서 매화꽃을 찾아 인파가 모여드는 관광지가 되었다.

 

2월은 봄의 설렘보다 겨울을 보내는 애잔함이 깃든 달이다.

처진 어깨로 걸어가는 계절의 뒷덜미가 측은해 보이는 그런 회색의 달

2월 끝자락에 서면 사색의 계절 겨울을 보내고 다시 분주한 봄을 맞아야한다는 생각에 

잠시 다시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어느 날 순매원을 찾았다.

햇빛은 화사했고 가지마다 풍성하게 달린 꽃들 앞에서

겨우내 고요하던 마음이 꽃잎처럼 열렸다. 웃음이 피어났다.

고운 빛과 맑은 향으로 활짝 피어난 꽃앞에서 나타나는 거울효과는

꽃처럼 얼굴도 마음도 활짝 열리게 했다.

그렇게 앙다물고 있던 꽃봉오리가 제 속을 환히 드러내어야 비로소 꽃이 되는데

그 앞에서 마음이 열리지 않을 사람 누가있겠나?

 

겨울 추위 속에서 웃음을 키워

저토록 환하게 반기는데

저 웃음

왜 재워두고 살았나

샘물처럼

퍼내어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누리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가장 오래 남을 기억으로

줄거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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