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책들을 접합니다.
책은 지식과 사회가 담겨져 있는 것이고 인류가 축적한 모든 지혜들이 기록되고 저장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책들을 읽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늙어서 죽을 때까지 끝없이 책을 읽어야지 살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지혜들을 접합니다.
그래서 책은 지식의 저장이기도 하고 사회의 축적된 공간이기도 하고 대를 이어서 전수해야 하는 중요한 살들의 응착된 결과물입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 한권 읽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무섭다고 하는 건 세상에는 무수한 책들이 있고 다양한 견해와 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접한 특정한 견해나 가치들을 전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 소통하기 어렵고 또는 굉장히 독선적인 사람이라고 이해될 수 있습니다.
권오선이라는 작가는 커다란 대형 화면에 시퍼런 하늘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구름을 둥실 띄워서 매우 낭만적인 풍경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런 걸 흔히 극사실주의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그림이긴 하지만 좀 더 정교하고 사진처럼 아주 똑같이 그린 그림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극사실주의는 원래 포토리얼리즘이라고 합니다.
사진리얼리즘이란 사진처럼 똑같이 그렸다는 의미도 있고 대형화면에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에 그것을 환등기로 화면에 투사해 투사된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린 그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사진을 이용한 방식, 방법론으로 기가 막히게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들을 포토리얼리즘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흔히 극사실주의,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근자에 한국화단에서 극사실주의의 그림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손이 기계를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정밀하게 그릴 수 있다는 기량을 극대화시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이 사진으로 너무 포화상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진적인 회화들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권오선은 아주 극사실적인 기법을 동원해서 책과 하늘을 그렸습니다.
책이 수북이 쌓여져 있고 그 뒤 배경에는 하늘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책을 하나씩 쌓아 놓는 것은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인간의 지난날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는 어떤 시스템을 연상시켜 주기도 하고 책을 하나씩 고인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소망, 기원, 바람 같은 것들을 표상화시키는 그림이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희 산에 가거나 절에 가게 되면 돌을 쌓아 놓는 것은 보게 됩니다.
사실은 돌을 고인 것입니다.
고인다고 하는 것은 정성을 바치는 것, 지성을 드리는 것, 자신의 간절한 마음들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이 작가는 어떻게 보면 책을 쌓아서 책을 통해서 어떤 기원을 해나가는 또는 책을 쌓아서 하늘 끝까지 가고자 하는 어떤 욕망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권, 한권 자신의 지식과 지혜, 사유들을 쌓아서 성숙해나가는 그런 인간의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지식이나 지혜 같은 것들이 이기적인 욕망일 수 있습니다.
모든 것들은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탐욕스러운 욕망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도 온전하고 바람직한 인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책을 쌓아가는 이 욕망이 인간의 과학이나 이성, 문명에 대한 욕구들이 사실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을음 경고할 수도 있습니다.
권오선은 책이 쌓여져 있는 이 풍경그림을 통해서 새삼스럽게 '책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아주 흥미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보이기에는 극사실주의 적인 일반적인 그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책이라고 하는 것과 인간의 존재라든가 이런 부분들과 결부된 다양한 얘기를 해주고 있는 흥미로운 그림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