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선착장
황여정
물리적인 힘으로 본능을 닫고
먼 항해를 시작하는 배
흔들림을 참을 수 없어
등을 눕히고 머리를 바닥에 대어본다
잠시 잠들어 누리는 평안도
울렁거림 앞에 속수무책으로 속을 비워내고
애틋한 독도사랑이 뱃멀미와 치환한다
성인봉의 환희가 뱃전의 포말처럼 흩어진다
우리가 찾고자하는 것은 늘
그 만큼의 고통과 맞바꿈 하는
흔들림의 다리건너라든지
비바람의 거친 숲 속이거나
또는 어두운 밤길 같은 곳이라든지
하는 생각을 잊고 있었네
푸른 너울 덩실덩실 치솟는 길
맨살의 몸체로 뚜우뚜우 울음을 참아내더니
목젖까지 차오른 멀미 뱃머리 땅에 박고
왈칵왈칵 쏟아낸다
생필품, 여행용품, 마른 반찬, 뭍의 냄새
2010.2.21.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