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사 간장마을
와카야마역에서 특급 열차를 타면 30분 만에 도착하는 유아사.
2006년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된 유아사초는 일본 간장의 발상지다.
현재 남아 있는 간장 양조장은 10곳이 채 안 되지만, 간장 양조로 번성했던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유아사가 간장의 발상지라 불리는 이유는 간장을 발견한 승려가 정착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13세기, 한 승려가 송나라에서 긴잔지미소(金山寺 味噌) 양조법을 배워 왔다.
긴잔지미소란 콩과 쌀, 보리 등 곡물에 누룩과 소금을 더한 후 박, 가지, 생강, 자소 등 채소를 절여 숙성시킨 발효 식품.
긴잔지미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우러나온 국물을 맛보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간장이었다.
이후 온 마을이 간장 양조를 시작했다. 120년 전에는 양조장이 92곳에 이르렀 다고 전한다.
골목 안에는 오래된 갈색 목조 건물이 끝없이 이어진다.
건물 외벽마다 한 세기 전의 조리 도구, 병원에서 사용했던 의학 도구, 골동품 안경 등을 전시해놓았고
격자창이나 사방등이 더해져 옛 정취를 북돋는다. 마치 살아 있는 간장 박물관처럼 말이다.
유아사의 거리에서 한 세기 전 간장을 이고 지고 바쁘게 걸어다녔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아직까지 마을에 남은 이들은 오래전부터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6대째 이 자리를 지키는 오타큐스케긴세(太田久助吟製)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원래 간장 양조장이었지만, 지금은 긴잔지미소를 만드는 곳.
도쿄와 같은 대도시의 이자카야에서는 긴잔지 미소를 고급 메뉴에 활용한다.
통밀 크래커 위에 크림 치즈와 함께 얹어 먹는 안주로 등장하곤 하는데, 고소하면서도 새콤한 짠 맛이 특징이다.
오타큐스케 긴세를 지키는 주인에게 주변의 양조장이 하나둘 사라지는 걸 보는 심정은 어떤지 물으니 “후계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기술이 점점 발달하니 생산량을 따라 가기가 힘들더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팬데믹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곳은 사위가 역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에는 사위가 가업을 잇는 양조장이 또 있다.
현재 유아사에서 유일하게 180여 년 전 선조의 방식을 따라 수제 간장을 생산하는 가도초(角長)다.
높이가 낮은 문으로 머리를 살짝 숙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짙은 간장의 풍미가 느껴진다.
대부분의 간장이 대량 생산되는 오늘날에도 가도초는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수제 간장 양조를 고수하고 있다.
“간장 만드는 사람입니다.” 가도초의 6대 운영자인 가노 마코토(加納誠)가 서툰 한국어로 본인을 소개한다.
아들, 딸과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는데 가노는 패키지를 접고 손님을 응대하는 등 주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양조장 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반짝 인다.
에도 시대부터 사용했다는 창고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나무통 안에 4년 이상 숙성 중인 까만 간장이 가득 담겨 있다.
온도와 습도의 미묘한 변화가 간장의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긴 막대기로 나무통 안 내용물을 자주 섞어 맛을 유지한다고. 이런 제조 방식이야말로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도초만의 재산일 테다.
[출처] 와카야마현에서 발견한 맛의 세계(1) - 라멘마니아들 주목!! / 오래된 마을 유아사의 간장이야기|작성자 피치 바이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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