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삼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 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구름에 달 가듯이
박목월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2017.12.29
조지훈의 시는 내게 수면의 흔들림같은 파장을 던져 준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언제나 길 떠남에 대한 자유로우면서도 쓸쓸한 바람같은 서정은 시인의 태생적 고독이며
아름다운 꽃을 보는 순간 잠간 사이에 사라져 버릴 절정의 유한성, 한계에 대한 아쉬움을 쓸어 내리면서
그 허허로움을 오래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술잔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꽃이 지고 나면
지고 나면 어이할꺼나
꽃잎 같은 서정에 끌려 나이를 잊고 사는
내 감성에 박수를 보낸다
청록파 시인의 주고 받은 감성이 오늘 따라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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