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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오래된 사랑/이상국

by 매화연가 2017. 3. 26.




오래된 사랑


이상국


백담사 농암잠실 뒤뜰에

팥배나무꽃 피었습니다

길가다가 돌부리를 걷어찬 듯

화안하게 피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백 년이나 걸렸는지 모르지만

햇살이 부처님 아랫도리까지 못살게 구는 절마당에서

아예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

지나가는 바람에도

제 속을 다 내보일 때마다

이파리들이 온몸으로 가려주었습니다

그 오래된 사랑을

절 기둥에 기대어

눈이 시리도록 바라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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