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노래
문태준
오늘은 만물이 초여름속에 있다
초여름의 미풍이 지나간다
햇살은 초여름을 나눠준다
나는 셔츠 차림으로 미풍을 따라간다
미풍은 수양버들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미풍은 풀밭의 염소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살구나무 아래엔 노랗고 신 초여름이 몇 알 떨어져 있고
작은 연못은 고요한 수면처럼 눈을 감고 초여름을 음미한다
초여름은 변성기의 소년처럼 자란다
하늘은 나무의 그늘을 펼치고
하늘은 잠자리의 날개를 펼친다
잠자리는 산쪽으로 날아간다
나는 잠자리의 리듬을 또 따라간다
초여름속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너는 메아리가 되어
점점 깊어지는 내 골짜기에 산다
나의 잠자리
문태준
백일홍이 핀 붉은 그늘의 사잇길에
참매미들이 번갈아 우는 비좁은 사잇길에
멱감던 내 일곱살의 잔잔한 시내 위에
나를 돌보던 이의 혼이 오늘 다시 오신 듯이
투명한 날개를 가만히 엷은 미소처럼 펼쳐
풀밭과 나와 울타리와 찌는 하늘을 돌고 돌아
엄마의 자장가 속으로 나의 잠이 들어가듯이
노오란 해바라기 속으로 아득히 사라져가네
산중에 올달샘이 하나 있어
문태준
이만한 물항아리를 하나 놓아두려네
생활이 촉촉하고 그윽하도록
산은 지금 보드라운 신록의 계절
신록에는 푸르고 눈부신 예언의 말씀
산에든 내 눈동자에는
물의 흥겨운 원무(圓舞)
물항아리를 조심해서 안고 집으로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