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뼈대
황여정
생을 부여 받는다는건
찬란한 천형이다
꽃비 흩날리던
봄날의 기억이 초롱한데
맨 몸의 빈가지를 버티는 겨울
벚꽃나무 가로수에서
꽃의 뼈대를 본다
늘 푸른 상록이란
빈곤을 상실한 온실의 기억
시간속에 발효를 상실한 부패처럼
어쩌면 계절을 버린 타성일지도 몰라
교만하지 않고
나약하지 않고
말없음으로 길어올린 유연함이
가지 끝에 꿈을 퍼올린다
견디는 일은
생의 외줄처럼 늘 흔들리고
계절의 고비마다 올린 묵언의 기도
다시
2월의 햇살속에
꼼지락거리는 하늘 한자락
튼실한 꽃의 뼈대가
키워 낸 봄, 꽃망울이 살아있다.
2017.2.13. 오전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