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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꽃의 뼈대

by 매화연가 2017. 3. 5.




꽃의 뼈대

 

황여정

 

생을 부여 받는다는건

찬란한 천형이다

 

꽃비 흩날리던

봄날의 기억이 초롱한데

맨 몸의 빈가지를 버티는 겨울

 

벚꽃나무 가로수에서

꽃의 뼈대를 본다

 

늘 푸른 상록이란

빈곤을 상실한 온실의 기억

시간속에 발효를 상실한 부패처럼

어쩌면 계절을 버린 타성일지도 몰라

 

교만하지 않고

나약하지 않고

말없음으로 길어올린 유연함이

가지 끝에 꿈을 퍼올린다

견디는 일은

생의 외줄처럼 늘 흔들리고

계절의 고비마다 올린 묵언의 기도

 

다시

2월의 햇살속에

꼼지락거리는 하늘 한자락

튼실한 꽃의 뼈대가

키워 낸 봄, 꽃망울이 살아있다.

 

 

2017.2.13. 오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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