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다락방
황여정
어스름 내리는 저녁
창가에 앉으면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네
밝음 속에서
각각의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 모든 것들이
발목부터 차오르는 어둠에 잠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감싸이듯 젖어드는 화평의 시간
일상에서 벗어난
그곳에서 열리는 조그만 다락방 하나
매일의 일상생활에 필요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버리지도 못하는
하나하나 시간의 역사를 안고 있는 물건들처럼
살아간다는 건
개인의 역사를 간직하는 것이고
굳이 보듬고 살아갈 이유도 없는 일들이
액자처럼 걸려있는 내 마음의 다락방
은사시나무에 쏟아지는 달빛 같은 기억도
소나기처럼 순간을 스쳐가는 짧은 그리움도
끝나지 않을 터널 속을 걸어가는 것 같은 암울한 날들도
지금 다시 되돌아보면
풀꽃 자욱한 들판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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