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축시
날마다 열어가는 새 아침
황여정
태초에 하늘이 열리던
그 붉고 힘찬 기운으로
압독국의 얼과 슬기를 이어받은 이 고장
무학산 동쪽 하늘이 열리며
크고 붉은 해가 떠오릅니다
낮은 자리 높은 자리
동서남북 골고루 나누어질 한량없는 기운
그 힘찬 기운을 안고 을미년 붉은 해가 떠오릅니다
아!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던 푸른 말은
어제 서해바다로 조용히 사라졌나니
다시 시작하는 첫 날 새 아침
순백의 나날에 부푼 가슴
새해 소망을 빌어봅니다
어제를 딛고 일어서는 오늘
이 정갈한 하루는
또 다른 하루의 손을 잡고
넘실넘실 파도처럼 푸른 기운 솟구치나니
가슴마다 주렁주렁 포도 알같은
소망의 기도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가게 하소서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의 심지 등불 밝히면
마음이 열리고 길이 보이고
손을 잡을 수 있나니
혹여 가는 길에 걸림이 있어도
혹여 가는 길에 어둠이 있어도
혹여 가는 길에 분쟁이 있어도
힘들고 어려운 매 순간마다
사랑의 심지 밝은 불로
마음을 열게 하소서
포도알같은 하루가 옹골차게 여물어
삼성현 얼이 깃든 축복받은 이 땅에서
목련 꽃 향기롭고 까치소리 정겨운
어울림의 한해 번영의 한 해로
양처럼 어질고 순하게
나와 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며
날마다 새 아침을 열어가는 하루를 살게 하소서
2015.1.1 새해 아침에